솔직하게 고백할게요. 많이 아팠습니다.
제가 걱정이 많아서 백신 접종 자체가 늦었던 터라, 1월 중순 경까지도 3차를 맞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아무래도 기저질환자들이 대거(?) 모여 있는 인공신장실에 다니다 보니, 왜 빨리 3차를 맞지 않느냐는 추궁의 눈초리 비슷한 것을 자주 받았습니다. 엄청난 용기를 냈던 1, 2차는 의외로 큰 일 없이 지나갔는데, 물론 걱정은 있었으나 별로 긴장은 하지 않았던 3차에서 모조리 빵 터져버렸습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는 멀쩡하다가 자다가 아파서 소리를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누워서도 어지러워 아래로 한없이 곤두박질치는 느낌도 계속 있었고요. 지금도 가끔씩 누워 있는데 어지러움을 느끼곤 합니다.
사실 이외에도 계속 위태로웠던 투석 생활의 위기들이 자꾸만 펼쳐졌더랬습니다. 저는 큰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은, 알량한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줄 아는 타입의 인간인지라 아픈 얘기를 잘하지 않습니다. 물론 투병생활 초기에는 난리였죠. 조금만 아파도 큰일이 난 줄 알고 병원에 물어보고, 가족들에게 응석 부리고요. 하지만 투병생활이 5년이 되고, 또 6년이 되고 이제 10년이 되고 보니까 참는 것이 미덕인 줄 아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참아야 버틸 수 있었기도 했고요.
아프다고 느끼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하면 내가 아프다는 사실이 너무도 소름 끼치게 스스로에게 전달되어서 마음이 힘겨워졌어요. 그래서 최대한 아픈 일들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않고 지나기 위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삼키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 왠지 스스로 덜 초라하게 느껴져서 퍽 사는 것이 견딜만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착각이었다는 것을 9년 차의 어느 날 깨달았죠. 그래도 그 착각을 부여잡고 몇 달을 지냈습니다. 그 사이 몸 상태는 더욱 안 좋아졌고요. 그러던 중 3차 접종까지 해버렸던 겁니다.
올해 내내 뾰족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 상태도, 혈액검사 결과도 최악이었거든요. 사람이 아픈데 아픈 일이 자꾸 더해지니까 성질이 한없이 뾰족해져,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더라고요. 참 구차한 변명 같은 문장이지만요.
내 생의 한계가 자꾸 보이는 것만 같아서, 스스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난 초겨울에 K교수님이 저를 위해 해 주셨던 M 시술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10년 만에 처음 해보았던 시술이었거든요. 저도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저의 혈류량과 혈관 압력이 교수님의 정성스러운 시술을 이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3월이 되자마자 또다시 동정맥루 재개통술을 위해 시술대 위에서 한 잠 자고 내려왔습니다.
그 시술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저는 미리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시술을 위해 살을 찢었던 부위가 시도 때도 없이 아팠었거든요. 저는 비교적 아픈 것을 잘 참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자려고 누운 밤에 '아악'하고 자꾸 소리를 내게 됐었거든요. 필시, 이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싶었죠.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오른쪽 얼굴이 자꾸만 부어서 쌍꺼풀이 없어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월 말부터는 그냥 낯선 얼굴이 되어버렸죠. 역시나였습니다.
이제는 낯선 시술이 저와는 맞지 않는 시술이었음을 받아들이고, 또 시술 방에 자주 들락날락할 각오를 다집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예요. 투석생활 10년 중 최고 체중을 기록했기에 체중조절도 하고 있고요, 집에 올 때 전철역 계단을 오르는 일은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동안 딱히 무슨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엉망이 된 혈액검사 결과지도 정상으로 돌려야 하고요. 아픈 일로 뾰족해서 마구마구 찔렀던 탓에 엄청난 상처투성이가 된 소중한 사람도, 나 자신도 치유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정말 제가 많이 삐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몸살을 앓고, 또 오랜만에 무척 많은 눈물을 흘려 내보내면서 내 안의 독기도 함께 빼낸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글을 쓰는 일에서 길을 찾으려 했던 그 이정연이 되돌아오는 기분입니다.
어제 발행했던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했던 글은, 발행 취소를 하였습니다. 읽어주신 소수의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음이 회복된 상태로 다시 읽어보니 꼴불견이더라고요. 읽은 분들은 나중에 저랑 모여서 이정연 욕이나 한 사발 하기로 해요. 케케케. 제가 원래 극단적인 데가 있어서 욕먹어도 싸요, 싸.
겨울 내내 꽃봉오리를 달고 찬바람을 견뎌오던 목련이 조금씩 봉오리의 크기를 키우며 움을 틔워갑니다. 갑자기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시원하고 기분 좋게 코 끝을 간질이는 바람이 불고 햇살이 따사로운 시기가 될 텝니다. 그때가 되면 가장 먼저 목련이 피어날 테고, 우리는 완연한 봄을 온몸으로 느끼겠지요.
어느 때보다 길고 매서운 겨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다가올 봄이 더욱 찬란하리라, 믿어볼 텝니다. 함께 믿으며,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