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짊어진 당신의 죄

by 이정연


순득 씨.


요즘 내 인생을 훔쳐본 것만 같은

그런 드라마가 해.

그리고 거기에 고모할머니가 나와요.


정말로 정말로

당신을 많이 닮았어.

살아온 인생도,

표정도, 차가운 말투도.


당신은 참 부자였고,

부자가 되기 위해

참 많은 사람을 짓밟고

또 이용했겠지.

어쩌면 그런 당신을 알기에,

그랬기에 나는 부자들을 싫어하는지도 몰라.


부자들을 까 보면

다 당신처럼 차갑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든 등 돌리고

무너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런 당신이

유독 왜 나를 그토록 사랑했는지 몰라.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면서,

또 당신은 내게 때론

얼음장보다 더 차갑게 굴기도 했어.


당신이

모든 돈다발을 거두어들이고,

세상을 등지고 나서

아비는 무너지고

그것은 결국 내 인생의 붕괴로 이어졌어.

나는 바닥에서 오르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쳤지만,

나는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 마냥

오르기는 커녕

불치의 병을 얻 나락으로 떨어졌지.


이 병에 걸렸을 때,

내 아비가 살아오며 한

모든 실수들을,

당신이 인생에서 저지른

그 날카로운 죄들을

내 젊음과 미래로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


난 내 아비와 똑 닮았으니까.

외모부터, 사랑을 갈구하는

미숙하고 연약한 모습까지도.

그리고 나는

죄 많은 당신이

온 우주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한 존재이므로.


10년을 훌쩍 넘긴

이 질긴 생활.

나는 여즉 죽지 않고 살아서

당신의 죄를 갚고 있다.


언젠가 모두 갚고,

미지의 존재가

내가 짊어진 죄를 사하여 주는 날

이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악착같이 살고자

애쓰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아

매일매일

당신의 죄를 갚고 있다.


이러한 삶이어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원한

나의 결말을 보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