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아가리를 닥쳐라.

by 이정연


말을 예쁘게 하는 것만이 진심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나 또한 말에 신경 쓰는 사람입니다. 같은 말이어도 상대를 상처 입히지 않고,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단어 선택에 신경 쓰곤 했지요. 그리고 늘 타인의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엄마의 오랜 가르침에 따라, 타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내 주변에는, 담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 성질이 좋지 못해서, 아픈 시간 동안의 상처가 있어서 지금 머무르는 이들은 모두 함께한 역사가 길거나 마음이 깊은 이들뿐입니다. 그중에는 절대로 말을 꾸며서 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럿 있는데, 나는 그들을 퍽 좋아합니다.


그들은 진심이 아닌 말은 하지 않습니다. 지키지 않을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나 또한 그들에게 그리하려 노력합니다. 난 소심해서 약속을 하면, 그 약속을 지킬 때까지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담백한 친구 한 사람에게, 여러 번 구박을 받았습니다. 구박이라고 하니 표현이 너무 매몰차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칭찬을 너무 많이 하는' 점이 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칭찬은 진심이며,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스스로의 장점을 모를 수도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요.

그녀는 어쩌다 한 번 하는 칭찬 한 마디여도 충분히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히려 같은 칭찬을 너무 반복적으로 내뱉는 것은, 칭찬 한 마디의 진정한 가치를 떨어뜨려서 믿지 못할 것으로 만든다고요. 반복적인 칭찬은 듣는 사람이 좋은 줄 모르게 한다 하였습니다. 과한 칭찬, 반복적인 칭찬만 줄이면 넌 문제없다고까지 하더군요. 이런 팩폭녀. 크크.


소중한 사람도 내 칭찬을 싫어합니다. 자화자찬도 싫어합니다. 만난 지 반년쯤 되었을 때는, "공유 다섯 트럭을 갖다 줘도 오빠 한 사람하고 바꾸지 않아요."라고 했다가 왜 아부하냐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제기랄. 진심이었는데도, 표현이 과했던 탓인 것 같아요. 역시... 친구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는 자화자찬도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이라 말합니다.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충분히 느끼고 있을 텐데 왜 그걸 내놓고 강조하냐고요. 자화자찬하면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답니다. 아이. 성채도 선생님(초딩때의 영감 담임선생님)이 현대 사회는 자기 PR의 시대라고 하셨는데... 내가 또 선생님 말씀을 오해한 거지요?


난 타인의 말에 잘 휘둘립니다.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인사도 깊게 생각합니다.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어요~"라 하시면 진짜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짧고 빠르게 생각하고서야 알겠다고 대답합니다. 어떤 말이든 허투루 듣는 법이 없고, 든 말을 무겁게 여깁니다. 그래서 상처도 잘 받고요. 세상에는 스쳐 지나는 말이, 공허한 예쁜 말이 훨씬 많더라고요.


그러나 타인을 미워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쁜 말에 집착하는 잘못된 생각에서 좀 물러나야겠다, 나의 다짐이나 계획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보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한 것을 모두 말로 뱉어야 직성이 풀릴 때가 많거든요. 그러면 안 돼요. 말보다 행동이 무거운 사람. 내 주위의 그들처럼 나는 이제 말을 꾸미지 않고,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볼 텝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진심이 훨씬 가 닿을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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