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일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콤플렉스다.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 다섯 손가락으로 겨우 셀만큼이다. 그마저도 손가락이 남을지 모르지. 그리고 나머지 세상의 전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므로,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란 늘 꺼려지는 일이지만 하고픈 말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상 이 말을 뱉을 수밖에 없다.
나는 아프다는 사실을 늘 최대의 콤플렉스로 여기고 있다.
지난달, 허리가 아파서 시작된 정형외과에서의 치료가 새로운 달을 맞았다. 아프다는 것은 내게 늘 콤플렉스고 족쇄이지만, 병원에서는 특별해질 수 있어서 좋다. 병원에 두어 번 들렀을 뿐인데도 접수대 선생님은 내 예약 전화를 받자마자, "네, 이정연 님."하고 알은체를 한다. 안녕하세요, 예약 시간 좀 바꾸려고 하는데요, 까지밖에 말을 안 했는데 말이지. 순간 내 애인인 줄 알았다. 목소리만 듣고 나인 줄 아시다니.
이 정형외과의 원장 선생님은 통증 부위에 대해 이야기도 길게 나누고, 세심하게 촉진하시기 때문에 진료 시간이 다른 병원의 몇 배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예약을 하고 오는편인데, 어느 날인가 진료와 물리치료가 끝난 후 수납을 하고 다음 예약을 잡으려 접수대로 가니 처음 뵙는 여자 선생님이 물으신다.
"월요일에 앞의 병원(투석) 갔다가 오시는 건가요? 시간을 언제로 잡아드리는 게 편하실까요?"
어떻게 이 병원에는 나를 모르는 분이 없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심지어 내 입장에서는 처음 뵙는 낯선 얼굴의 선생님도 말이지.
나는 김태희가 아니다. 누구든 기억할 만큼 예쁘거나 인상이 뚜렷하지도 않다. 그러나 젊은 투석환자라는 특이성이, 병원에서만큼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특별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내 얼굴과 이름쯤은 가볍게 기억하게 하는 나의 콤플렉스가 이럴 때는 무척 쓸모 있게 느껴진다.
오늘도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접수대의 잘생긴 남자 선생님이 "네, 이정연 님 접수해드렸어요." 하신다. 워워, 저 아직 접수대로 가지도 않았는데요. 혼자 속엣말을 하고, 마스크 안에서 씨익 웃으며 "감사합니다." 외치고는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진료를 기다리는 30여분 동안 이 글을 쓴다. 이픈 것은 나의 콤플렉스지만, 기왕이면 아주 오래오래 이렇게 특별한 환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는 세월도 막을 수가 없고, 해마다 바뀌어 가는 나이도 어찌할 도리는 없지만 오늘 밤에는 팩을 해야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젊은 희귀 난치병 환자로 살아야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