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작아진다. 사실 나도 읽어본 적이 있는 브런치 북인데(심지어 완독 했다!), 책으로 나온단다. 그분은 내내 읽기만 즐기다가 생애 처음으로 쓴 글이 브런치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결국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출간된다고 하니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동시에 나는 한없이(까지는 아니지만 좀 과장해서) 작아진다.
사실 저게 내가 원하던 시나리오였다. 브런치에서 에세이스트로 인기를 끈 다음에, 출판관계자에게 '발견'되어서 출간하는 것.
보통의 내가 때로는 엄청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편이다. 대신 머릿속으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즉흥적으로 줄기가 되는 문장만 써두고 억지로 가지를 뻗으려 애쓸 때도 있다. 그래도 늘 내가 써놓은 글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며 수정을 거듭하는데, 몇 번을 읽어도 재미가 있는 어느 날에는 어쩌면 글 쓰는 일에 재능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혼자 낄낄거리고 좋아한다. 성격이 극단적인 편이어서, 사실 낄낄거리며 좋아할 때, 스스로에게 천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발견되지 못했다. 2020년 5월 20일 이후로 꽤 많은 날이 흘렀는데, 아직도 말이지. 이대로 영원히 발견되지 못한 채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물론 꽤 많은 날이 흐르는 동안 깨달은 바가 있다. 이미 에세이 시장은 포화상태고, 그 속에서 ESRD라는 나의 희귀 난치병(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별책부록들이 따라붙었지만 평소에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은 그리 극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소재라는 생각.
이 병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아는 사람은 또 아는데,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른다. 심지어 전염병인 줄 아는 어른도 본 적이 있다. 크크크. 그래서 나는 새로운 인간관계도 잘 맺지 않는다. 병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병에 맞춰져 남과 다른 나의 일상을 설명하는 것도 아주 성가신 일이거든. 그런데 이 병을 글로 설명한다? 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과연 누가 궁금하겠냐 이 말이지.
일단 출간되려면 책이 팔릴만한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내 글에서 그런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하겠다. 딱히 유익한 글도 아니고, 보통의 글 실력을 포장할만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없다. 아, 제기랄. 역시 극단적인 사람답게, 부정적인 얘기를 시작하니 또 끝이 없다.
지난번 글도 새해의 첫 글부터 너무 어둡다며 동생에게 욕먹었다. 그래도 바로 옆에서 피드백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매우 고맙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냥 슬픈 일이 생각나서 쓴 글인데 왜 어둡냐고 물으시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게 행, 불행이 뒤섞여 있고 때로는 씁쓸한 페이지도 써야 하는 법이니까.
물론 이전의 그 씁쓸한 페이지를, 나는 마음으로 극복했다.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나만의 건강관리 파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마 오늘의 이 우울도 나는 극복해낼 것이다.
"너는 반드시 되니까, 투고를 해! 망설이지 말고 투고를 해! 그 실력이 아깝지도 않니?"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출판관계자보다 먼저 나를 발견해준 소중한 사람의 말씀이 있었지만 나는 아직은 나를 믿지 못한다. 될 사람이었다면 왜 출판관계자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크크크. 아아, 인생은 블랙코미디.
표지사진; 이정연, 가을의 장미, 20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