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단상

by 이정연


어쩌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내며, 내가 긴장해서 가끔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고 버벅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니,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만 대화를 했다. 가족들, 병원 사람들,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거나 변경하고 취소하는 전화들, 소중한 사람과의 통화, 그도 아니면 시간과 비례한 깊은 마음을 서로에게 품은 친구. 아, 부장님들과의 대화가 있었구나. 대체로 나는 맞장구를 치거나 추임새를 넣는 수준이지만.

나는 그때마다 경상도 사투리를 멋없이 쓰거나, 세련된 표준어를 감정 없는 친절을 담아 사용했다. 늘 둘 중 하나였다.


오늘은 글을 통해 오래 알아온 친구와 처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의 말대로 글을 통해 이미 사전 정보를 많이 나눈 사이라 아는 것 같으면서도 처음 대하는 얼굴이라 낯선, 요상한 만남.


그 긴장되면서도 즐거운 대화에서 나는 내가 왜 이리 말을 못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것 참 야단 났네. 지나치게 책으로부터 멀었던 탓에 어휘력이 부족해졌나?

약속 장소까지를 오가는 길고 긴 시간에 오랜만에 모바일 앱으로 밀린 책을 읽는다.


새해.

새로운 일을 하지 않는 내가, 처음 가는 곳에서 새로운 얼굴을 만났다. 그래도 종종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한 해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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