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막글

by 이정연


6시 25분에 출발해야 하는 전철이 1분쯤 늦게 출발한 것 같다. 40분이 다 되어 신도시의 역에 도착해, 역 앞 까지 나오려면 2~3분은 걸린다. 심지어 오늘은 엘리베이터를 탔음에도 버스를 놓친 것 같다.

마을 버스정류장에 대기 중인 버스는 없고, 내가 계단을 모두 내려와서 정류장에 도달하니 그제야 새로운 마을버스가 도착했다. 출근하는 이들이 우르르 내린다.


"저 버스 타고 있어도 되나요?"

지금 도착한 이 버스는 십 분 후에 출발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한 질문이다. 혹시 기사님 건너편 화장실 가실까 봐, 미리 여쭙는 것이다.

-아니 요 앞 버스가 42분 출발이라 방금 갔는데, 왜 그걸 안 탔어. 이거는 10분 있다가 가요.


'RGRG. 저는 지금 정류장에 도착했는 걸요. 그걸 탈 수 있었으면 왜 이러고 있겠어요. 떠나는 버스 뒤꽁무니도 보지 못했는 걸.'

"네 알아요. 전철 시간이 안 맞았어요. 저 40분에 내렸어요."

싱긋 웃고 만다. 내가 안타까우시구나.

나도 10분을 버리는 게 아까워 속으로는 탄식하는걸요.

근데 그 10분 동안 책을 읽으면 되잖아! 생각하니 탄식도 별 거 아니다. 책을 몇 줄 읽다가, 이내 토막글을 쓴다.


도마에 생선을 얹고 토막 치는 생선장수가 된 기분이다. 살이 없는 요상한 부위만 남았다. 쓸모없는 토막글을 만들어낸다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렇게 짧은 글에 젓가락 갈 데가 어딨다고? 근데 난 이런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도 좋다. 크크큭. 10분 날렸다, 아 책을 읽으면 돼! 하고 발상의 전환을 한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그 10분 동안 글을 쓰고, 버스가 달리는 지금도 결국 토막글을 생산해내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다만 이 글이 발행된 순간, 소수의 소중한 독자님들께 알람이 가지 않기를 바랄 뿐. 토막글은 나 혼자 구워 먹어야 딱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