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아니어도 괜찮아

by 이정연




부끄럽게도 투고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본디 겁이 많기 때문이고, 제 글 '팔릴만한 글'은 아니지 않은가 무수히 많은 밤을 고민해 왔기이기도 합니다.

투고를 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에서 오는 타격감을 견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돈까지 주고 읽을 글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투고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서 소심하고 소극적인 저는 그대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던 저는, 글이나 책에 있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일',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는 일' 같은 것이요.

제 글을 눈여겨보던 어느 출판사 편집자으로부터 머지않아 출간 제의가 올 줄 알았습니다.

좋게 보자면 머리통에 꽃밭이 펼쳐진 운명론자고, 날카롭게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머리통에 총을 맞을 소리지요.


2020년 5월 20일,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했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출간제안메일은 오지 않았고요, 많은 분들이 애쓰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글을 쓰는 일 외에는 하지 않는 내게는 앞으로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겠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투고도 부지런히 하시고, 텀블벅으로 책을 내기도 하시더라고요.


공유랑 사랑에 빠지려면 일단은 공유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야 하잖아요? 밖으로 나가야 만나든, 사랑에 빠지든 어떤 가능성이라도 싹트는 것인데. 저는 온종일 방구석에 드러누워, 공유와 결혼하는 허황된 꿈만 디립다 꾸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아무리 제가 20년도 더 전부터 공유를 이상형으로 삼아 음흉한 마음을 품어왔더라도요.


하여간 제 글을 읽고 계실, '어딘가의 편집자님' 같은 강아지 응가 같은 꿈은 머리에서 내쫓아버리고, 저는 제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병팔이 글'이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도움이 되는 글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구독자는 도통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단계적이고 상세한 분석을 거듭했더니 열패감만 늘어갔습니다.


사실 가수 임영웅 씨에 대한 엄마의 숨겨진 팬심에 대한 글을 써서, 다음 메인에 떴던 적이 있습니다. 참 재미있게도 마침 임영웅 씨가 미성년자인 정동원 군 앞에서 전자담배를 피웠다는 기사가 떠서, 바른생활 사나이 임영웅이 어찌 그럴 수 있냐며 여론이 마구 들썩이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다음 메인에도 뜨고, 카카오 뷰에도 뜨고 뭐 그런 식으로 해서 조회수 14,000 정도가 나왔었습니다.

저는 임영웅 씨를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 순간부터 알았습니다. 이 글은 메인에 갈 것이다! 그즈음 어떤 소재가 메인에 오르는지 대강 파악이 되더라고요. 그러나 그 단 한 번이었습니다. 저의 에세이는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대중적으로 먹힐만한 소재라도 이용해서 독자를 유입시키는 것도 성공의 방편이겠지만 그런 수는 쓰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임영웅 씨에 관한 글도 전략적이기보다는, 그저 그때 마침 저에게 일어난 일상 소재로 삼은 것에 불과했거든요.

그런고로, 저는 참으로 꾸준히 폭발적인 조회수나 인기는 얻지 못하고 귀여운 병팔이로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았던 2020년 이후,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겠지만, 제게는 꽤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세월만큼 저도 나이가 들었죠. 가족들, 가장 친한 친구 몇 사람은 제 브런치의 존재를 압니다. 그리고 동생, 가장 친한 친구 세 명은 부지런히 제 글을 읽고 라이킷을 충실히 눌러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글로 제가 무언가 성취해 내는 모습을 말이죠.


작년에도 시를 전공한 친구와 달을 좋아하는 친구가 저에게 모 공모전에 응모해 보라는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어차피 안될 일, 이라고 생각한 겁쟁이 정연은 시도도 해보지 않았지요. 올해에는 친구들이 추천해 주었던 그 공모전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그 공모전 생각이 너무도 간절해, 울컥하고 눈물이 나더라니까요?


기획안도 쓸 줄 몰라서, 출판 쪽 일을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상황에, 갑자기 친구는 저와 이틀에 한 번씩 전화통화까지 해가며 지도해 주었습니다. 친구 덕분에 가지고 있던 원고도 정리하고, 기획안도 채워나갔습니다. 처음에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는 "붙을지도 몰라! 이번에야말로 나를 증명해 낼 기회일 거야!" 주접을 떨었고요... 막상 주최 측 웹하드에 원고와 기획안을 업로드하고 나서는 '아, 망했다.' 싶더군요.


그래도 내가 노력했다는 것, 얻을 것이 없음에도 나를 도와주려고 발 벗고 나서 준 친구가 있다는 것, 드디어 도전의 걸음을 뗐다는 사실 등이 내 안에 다른 공기를 채우는 것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똑 떨어졌습니다. 아니, 어떻게 내 원고를 탈락시킬 수가 있지? 라며 농담 섞인 꼬장을 혼자 좀 부려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인생보다는, 성공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이런 도전과 실패를 또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여나 도전하는 중간에 스스로 도망칠까 봐 일부러 주변에 공모전 응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놓았고, 스스로도 기대가 컸던지라 탈락의 충격이 적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탈락 이후에는 또 무기력에 빠져버렸고요. 그러던 찰나에 브런치게 뒤통수를 가격 당한 느낌이었습니다.

공모전에서도 떨어진 이유가 뭐겠니,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뭐겠니. 심지어 나도 널 크리에이터 안 달아준 이유가 뭐겠니. 네 글은 쓸모없어. 구려!! 이렇게요.


지금껏 한 번도 브런치의 주류였던 적이 없었는데도 왜 그토록 브런치에게 배신당한 것 같고, 또 브런치가 미웠는지 몰라요. 브런치를 하면서, 브런치가 좋아하는 소재는 따로 있고, 그 소재들이 늘 나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혼과 그에서 파생되는 여러 이야기들과 육아와 기타 등등의 것들, 그리고 김밥.


아주 짧은 지난 저의 글에 아주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과 조언, 따스한 마음을 아끼지 않고 남겨주셨습니다. 어느 작가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을 읽고는 너무 감사한 한 편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정연작가의 글을 빼놓지 않고 챙겨 읽는데 이 무슨 소리냐'는 말씀이요. 저와 제 글을 귀하게 여겨주시는 귀한 분들이 계신데, 제가 철없이 징징거린 것 같습니다.


전 마음을 담은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을 웬만하면 다 기억합니다. 내용도 대강은 기억해요. 토씨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기억한다는 거짓말은 못하겠지만요.

이번에도 남겨주신 댓글들을 모두 읽으며,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주류가 아니면 어때, 싶은 생각이 딱 들었어요. 전 사실 평생을 술을 안 마셔왔고, 앞으로도 마시지 않을 생각이라 주류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러니 일단은 새로운 마음으로, 쓰고 싶은 글이나 부지런히 다시 한번 써보자고 마음먹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모두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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