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하고 내가 사는 데는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려 있는데, 아재네 집은 부엌이 윽쑤로 넓다. 아지매는 거기서 머를 지지고 볶고 할 때마다 나를 부른다.
"완아. 일로 온나-"
쪼르르 달려가면 아지매는 내 입에 반찬을 쏙 집어넣어준다.
"맛이 어떻노?"
"머가 톡톡 터지는기 윽쑤로 맛있어예-"
우리 방 부엌은 어둑어둑한데, 아지매네 부엌만 오면 환한 거는 아지매가 나한테 잘 웃어줘서 그런 거 같다.
그 우리 방의 어둑어둑한 부엌에서 할매는 찬장 앞 곤로 위에 새까맣고 맨들맨들한 후라이팬을 얹어놓고 계란을 부쳐준다. 연탄아궁이에다가는 장조림을 얹어놨다.
그냥 장조림이 아니다. 내 주먹만 한 고기 덩어리인데, 할매가 항상 정육점에서 완자 할 거니까 부드러운 걸로 끊어달라고 한다. 계란은 길 건너 계란가게에서 사는데, 하얀 달걀을 노랗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봉지에다가 아저씨가 조심조심 담아준다. 그렇게 까만 봉지, 노란 봉지를 할매가 양 손에 들고 나는 그 봉지를 뚫어져라 보면서 잠수교를 건너서 집에 오면, 할매가 그 고기를 도마 위에서 통통통통 쳐서 손으로 꼭꼭 쥔다. 똥글똥글하게.
그거를 양은 냄비에 넣고 오래오래 푹 끓인다. 달큼한 간장 냄새가 나고 고기가 갈색이 되면 예쁜 종지에 담아서 상 위에 얹는다.
할매는 나 목 막힌다고 절대로 노른자는 안 부친다. 흰 자만 탁 깨서 부친 계란을 플라스틱으로 된 반찬 뚜껑에다가 놓아준다. 노른자는 할매가 먹어치운다. 나는 흰색 계란후라이가 너무 좋다. 할매는 정말 새하얗게 후라이를 잘 부친다. 새하얀 계란 후라이는 기름을 적당히 먹어서 부드럽게 호로록 입술을 치고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가끔 엄마 집에 가면 계란을 노른자까지 다 부쳐주는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엄마는 나를 너무 모른다.
내가 밥을 숟갈에 뜨면, 할매는 맨손으로 종지에 있는 완자 장조림을 쪼개고 또 쪼개서 쌀밥 위에 얹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고기랑 계란뿐이지만, 꽃 모양 소반에는 맨날 색색깔 반찬이 그득하다. 할매는 내가 막 안길라고 치대기 시작하면 어느 날은 무릎이 아프다고 하고 또 어느 날은 등이 아프다고 하면서 폭 안아주는 법이 없는데, 끼니때마다 새로 지은 하얀 쌀밥을 먹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행동과는 달리 나를 엄청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다른 반찬은 한 번씩 먹는 척만 하고, 계란하고 고기만 좋아하는데 그것도 혼을 안 낸다. 이럴 때 보면 영 이상한 할매다.
나는 이렇게 엄마, 아빠랑 떨어진 이 대현동 집에서 그럭저럭 왕자님으로 살아가고 있다. 할매가 호통치는 날은 남산동에 있다고 하는 엄마 아빠 집에를 찾아도 가고 싶지만, 또 모르겠다. 엄마는 진짜 조용조용하니 얌전하고 몸도 가늘 드리 하고 예쁘던데, 그 몸을 해가지고 억센 우리 할매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차마 거기는 못 가겠다. 나를 빼앗기면 할매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아, 우리 할매도 보면 진짜 뼈 밖에 없는데 키가 엄마보다 크고 호통을 잘 쳐서 세상에 못 이기는 사람이 없다. 나는 그런 할매 호통에 당하기도 하고, 또 그 호통 뒤에 숨기도 하면서 할매랑 여기 이 방에서, 이 너른 집에서 사는 게 지금은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