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2023년 11월 2일 목요일
7월 이후 또 혈관시술을 받는 날. 새벽 6시 반 즈음 집을 나선다. 오늘은 근무도 변경해서 딸(63세)이 보호자로 따라나선 길. 무조건 보호자로 따라갈 테니 오늘 날짜로 예약을 잡으라고 신신당부했던 딸. 그래도 수면유도제가 들어가는 시술인데, 따라가 준다는 말이 퍽 고마웠다.
경의선을 타고 쉴 새 없이 달리고 달려 용산을 지나고, 옥수에서 3호선으로 갈아탄다. 오전 8시. 한참 다들 출근할 시간이라 미어터지는 전철 한 대를 보내고 다음 것을 탔는데 손잡이조차 잡을 여유가 없어 그저 혼자 힘으로 반듯하게 서서 간다. 그러다 전철이 덜컹하는 순간 딸이 내 오른팔을 잡는다. 나는 딸이 혹여 넘어질까 내 팔을 잡으며 손까지 미끄러져 내려온 손을 꽉 힘주어 잡는다. 더욱더 균형을 잘 잡으려 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장딴지에 힘을 준다.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며 생각한다. 이것이 부모의 삶이구나. 내 홀몸으로 덜컹거리는 전철 속에서 버티고 서서, 넘어지지 않도록 자식의 손을 움켜쥐는 것. 나 아닌 존재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살아야 하는 것.
딸도, 그리고 또 다른 부모들도 모두 그렇게 자식의 손을 버티며 살아왔겠지. 그리고 지금 아마 나의 친구 진진도, 다비언니도 모두 그런 부모로 살아가고 있겠지.
이렇게 딸을 통해 또 부모의 마음을 배운다.
시술 때문에 금식인 나는, 맞은편에 딸을 앉혀두고 이 글을 쓴다. 딸은 바닐라 라테와 빵을 야무지게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