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2023년 11월 1일 수요일
내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30대 엄마의 새치는 내 용돈벌이였다. 엄마는 처음에는 새치 하나당 100원의 가격을 책정해 주었다. 나중에는 새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하나당 50원으로, 10원으로 가격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몇 년 전 새치가 많다는 이야기를 나무에게서 들었을 때, 나무가 새치를 수도 없이 뽑아주었을 때 가슴에 불안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나에게도 올 것이 왔구나! 다행인 것은 그 후로는 그리 눈에 띄지도 않았고, 남에게 지적을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원래 새치는 뽑는 것이 아니라 해서 내버려 두면 거짓말처럼 다시 까매지기도 했다. 역시 스트레스 탓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는 눈에 톡톡 띄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은 나도 모르게 족집게를 들고 몇 개나 뽑아대고는 아차 했다.
미용실 예약을 했다. 원래 일 년에 미용실을 한 번이나 갈까. 원래 이런 쪽으로는 돈을 쓰지 않는데... 9월 초에 동네 미용실에 갔더니 원장님이 너무 잘해주시기에, 한 번쯤은 미용실에서도 돈을 써 보자 싶어졌다. 전에는 미용실 가면 이런 지적, 저런 지적을 받으면 되려 반발심이 생겨 커트 외에는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스몰토크며 비싼 시술 권유에 지쳐 유튜브를 보고 혼자 머리카락 자르기에 이르러 미용실을 가지 않았다. 9월에 강의를 앞두고 머리를 한 번 다듬었고, 강의날 아침에도 원장님이 드라이를 해주셨다. 그 고마움에 오늘은 커트와 염색 예약을 했다.
새치니까 뿌리염색인가? 미용실에서 염색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뿌리염색과 커트로 예약을 했는데, 막상 가니 처음에는 일반 염색을 해야 한다고 하신다. 갑자기 미용비가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나는 한 번쯤 이렇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싶어서, 그냥 시술을 해달라 하고 원장님께 맡겼다.
염색약을 쳐덕쳐덕, 꽤 긴 시간을 기다렸다가 샴푸를 하고 평소보다 조금 짧게 커트를 쳤다. 안경을 벗어서 잘 보이진 않아도 마음에 쏙 든다. 저녁에 퇴근해서 온 정남이가(이정연의 남동생) "누나 머리했네? 예쁘네?"하고 칭찬을 건넨다.
나는 엄마들처럼 나 자신에게는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미용실에서 이렇게 비싼 값을 치러 보기도 처음이다. 사치는 10대 시절까지 엄마 덕분에 많이 해 봐서, 성인이 된 후로는 꾸미지 않고 돈을 쓰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러나 타고나길 새치가 많은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앞으로의 사치는 어쩔 수 없겠다 싶은 마음도 든다. 이 젊은 나이에 희끗희끗한 머리로 다닐 순 없으니.
내일은 또 혈관 시술이다. 씩씩하게 머리를 찰랑거리며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