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쉬었습니다?

by 이정연


사실 원 없이 쉬었습니다, 로 문장을 종결해야 할지 원 없이 쉬고 있는 중입니다, 로 계속되는 휴식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지 아직 애매합니다.

어쨌든 하루종일 잠을 자 보기도 하고, 오전 시간을 모조리 잠에 써 보기도 했습니다. 외부 사정에 대해서는 마음을 내려놓고서요.


그래도 컨디션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집안일은 사부작 사부작 해서, 집의 상태는 호전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결벽증이 좀 있어요. 그렇다 보니, 청결에 관해서는 제 손길이 닿아야 마음을 놓습니다. 아주아주 오래전, 여학생 시절에 샤워를 하러 들어가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던 사람이 저입니다. 가정 내 빌런이었지요. 지금은 그렇게 긴 시간 샤워를 하지 않지만, 외부에서는 화장실을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별난 사람인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혀를 끌끌 차게 되는 이정연의 까탈스러움입니다.


100일 챌린지를 정말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파서 잠들었던 날, 처음으로 실패를 하고 나니 마음에 좀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이미 하루 빠져버렸는데, 뭐 어때하는 생각.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지요.


늘 내키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하는 안 좋은 습관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니까, 어떤 내용이든지 간에 이정연의 글을 기다려주시는 구독자님들이 계실 테니까 무조건 쓰는 거야.

그런 마음가짐 뒤에는 힘든 마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억지로 써 내려가는 날도 있었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겨우겨우 쓰기도 했었어요. 그날의 소재를 마구 쥐어짜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진짜 중요한 글은 쓰지를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마음껏 잤습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눈을 퀭하게 뜨고도 또 자고. 깨어났는가 싶었다가도 또 스르르. 그렇게 눈을 뜨면 두어 시간이 휙 지나가 있더라고요.


신경과 예약이 잡혀 있습니다. 계속 두통이 있단 말이지요. 어느 날은 두통 때문에 머리가 무거워서 도저히 못 일어날 때도 있었고요.

사실 늘 아프니까, 아픈 걸 계속 참고 버티며 지냅니다. 그러나 요 며칠 동안은 참지 않았습니다. 버티지 않았습니다. 누워있고픈만큼 누워있고, 그대로 잠으로 빠져드는 스스로를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얼굴이 좀 살아난 것 같네요. 피부가 좀 반질반질해졌어요. 아마 그동안 잠이 무척 부족했었나 봅니다. 어쩌면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 위해 더 잠을 푹 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또 여러분들도요. 우리 자신을 푹 쉬게 해 주어야, 또 차가운 겨울나기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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