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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Mar 28. 2024

세상에 없는 책 소개


<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스물다섯, 길고 긴 입원 생활이 시작된 이후 겨우 조금씩 몸과 마음을 붙든 나는 이 병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ESRD가 무언지 아는 일. 그렇게 수없이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가며... 이 병에 대해 조사하다가 맞닥뜨린 기사.

ESRD환자의 5년 생존율에 관한 기사였다. 그 기사는 우리 ESRD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5퍼센트라고 했다.

25살의 나는 절망했다.


25살까지도 나는 이미 또래보다 많은 불행을 겪으며 살았다. 그런 내가 35퍼센트의 생존 행운의 범주에 들어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좌절했지만, 아무것도 해본 것이 없는 나의 25살이 애처로워 죽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투병생활.

버텼다. 무조건 버텼다. 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지만, 나는 서른 살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자연스럽게 내 병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쉽지 않은 날도 있지만, 내 병이란 결국 내 수족처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목구멍으로 매일 삼켰다.


그리고 2020년 봄, 장미가 피던 즈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24년 <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는 나의 스물다섯부터의 모든 순간을 여러 에피소드들로 담았다.


아프다고 징징대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 아니었다.

아프지만 괜찮아. 이 너머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나에게 억지로라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버티며 와 보니, 정말 아파도 나는 괜찮결국 작고 불완전한 행복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러니, 당신도 괜찮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괜찮을 것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토닥이며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빌며,

당신에게 <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라는 위로를 건넨다.



<서른 살이 되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이정연







일찍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러나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갈 책소개를 정말 잘 쓰고 싶었는데, 잘 쓰고픈 욕심이 너무 앞서서 제대로 쓸 수가 없었거든요. 다른 작가님들도 이런 마음일 테니, 제대로 써내지 못한 못난 핑계지요.


사실 오래전부터 출판사 대표님이 책소개 4월에 바로 서점에 올라가야 하니까 미리 써놓으라고 하셨는데, 전 미리 하지 않았어요.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책소개는 전혀 제 의도와는 무관하게 올라가서... 오늘 종일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다른 책은 책소개 글만 봐도 왜 사서 읽어보고 싶고, 그렇잖아요. 난 책소개 글도 못 쓰고 시작부터 내가 망쳤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우울했습니다.


일찍 자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누웠는데, 계속 이 책소개 생각이 나서 잠이 오질 않지 뭐예요. 결국 계속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들을 그러모아 짧은 책소개글을 혼자 써보았습니다. 또 몇 번이고 고쳐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밤은 용기 내어 이 글을 공개해 두고 자려합니다. 그 어느 서점에도 올라가지 못할, 세상에 없는 저의 책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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