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 간다. 서해선과 경의선이 겹치는 구간의 어디에서 내리면 되는데, 나는 항상 습관처럼 마지막 교차역인 능곡역에서 내려서 갈아탄다. 그런데 오늘은 왜 그랬을까. 일산역에 도달하는 열차에서 안내방송이 나오는 순간 마음이 일렁였다. "일산역입니다. 서해선으로 갈아타실 분들은 이곳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
무엇엔가 홀린 듯이 나는 지하철 노선도 앱을 켜서 서해선의 발차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은 20분. 25분에 일산역을 출발한다. 시간도 깔끔하니 좋다. 그냥 여기서 내리자. 급히 일어나 좌석 등받이에 기대놓았던 노트북 가방과 에코백을 챙겨서 내린다.
얼른 서해선으로 갈아타야지, 마음으로 중얼거리며 서해선을 상징하는 연두색 동그라미 안내판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혼자 열다섯 걸음쯤 걸었을까.
서울로 향하는 선로. 내가 내린 그 선로에서 다시 서해선을 타면 되는 거였다. 다른 역에서처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
금방 22분이 되어 서해선 열차가 도착했다. 5-4에 서 있던 나는 열차 도착 30초 전에 4-4로 자리를 옮겨서 서 있었다. 서 있던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열차에 올랐다. 이곳에서 출발하므로, 어렵지 않게 한자리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하루의 시작이 오차가 없는 이 상쾌한 느낌. 인생에도 이렇게 오차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