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의 글이 무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묵묵히 글을 써오면서도, 그 시간이 몇 년이 되어도 글들을 모아 투고할 생각을 절대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정말 나를 인정해 주는 스승 같은 친구를 만나, 처음 공모전 도전을 위해 준비를 시작한 것이 지난해 봄. 공모전 준비가 얼추 진행되고 있던 때, 이은정 작가님을 만났다.
대면수업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일이 정말 오랜만이었던 지난해 봄. 늘 강의를 듣는 일 자체가 설렜다. 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설가 선생님의 특강이 있다고 해서 그분의 책을 두 권 사며 설렘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녀의 수상 등단작이 실린 소설집 한 권과 신간 소설을 표지를 쓰다듬으며,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해 한 시간 동안 강의하는 힘 있는 목소리를 들었다.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고 가슴이 요동쳤다.
수업 말미에 "필드에서 만납시다."
그녀의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부적 같았다.
그 말을 하며 카메라를 똑바로 보던 그녀의 시선이, 꼭 나를 뚫어져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필드에서 만나자'는 그녀의 한마디는 우중충한 나의 삶에, 그저 묵묵히 쓰기만 하는 그 곰팡내 나는 삶에 내리쬐는 햇살 같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날로부터 꼭 1년이 걸렸다. 기획출판으로 첫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필드에 나오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정말로 필드에 나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가 이 필드에 있음을 알렸다.
결코 이 필드에서 물러나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다. 평생 글을 쓰며 살기로 결심하였기 때문에.
아직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가끔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속으로 웅얼거리다가 이야기를 토해내고 싶은 때도 있다. 아직은 부족하여 그 모든 이야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다 써낼 수 있겠지. 글로 모든 이야기를 해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