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한 주 내내 고생을 했다. 주사도 벌써 세 차례를 맞았다. 그럼에도 상태는 매일매일 더 나빠지고 있다.
공복 상태로 투석을 하기 때문에 투석이 끝나면 배가 고프다. 오늘은 배가 고프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못했고, 무조건 집까지만 가자는 일념으로 걷고 또 걸었다. 마스크를 쓴 얼굴 위로 땀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간밤에도 코가 막히고, 또 흐르고 흉통이 마구 울릴 정도로 기침을 하느라 잠을 편히 자지 못했다. 5시 40분에 울린 알람을 듣고 일어났지만, 결국 그때에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만 뻔히 뜨고서 몸은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집에 오는 길에도 누워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집에 오면 콩쥐 업무를 먼저 시작하는 게 평소의 루틴인데 정말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서 외출복을 허물 벗듯이 벗고서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텅 빈 집안에 나의 앓는 소리만이 가라앉듯이 퍼졌다. 아파서 앓으며 누워있다가 잠이 설핏 들었다. 그러다 또 깨어나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침대에서 길고 긴 진동이 울렸다.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데, 이 번호는 왠지 받아야 할 것 같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정연 님. 여기 서울성모 이식센터인데요. 뇌사자 발생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41세 여자분이시고요, 사고사로 들어오셨고 들어오실 때 크레아티닌 수치는 0.9였고요 지금은 안정되어 0.7 정도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발생한 뇌사자분이어서, 앞에 대기자가 7-8명쯤 됩니다. 그래도 일단 혈액교차반응 검사는 하실지 여쭤보려고요. 컨디션은 어떠세요?"
"아, 제가 지금 감기가..."
"목소리 들으니까 감기가 무척 심하신 것 같네요. 그럼 이번은 그냥 넘기고, 다음에 좋은 기회 있으면 제가 또 연락드릴게요."
이식 센터 선생님과는 하루 이틀 통화한 사이가 아니어서, 목소리를 들으시면 딱 아셨을 테다.
어차피 우리 병원 뇌사자가 아니어서, 나에게까지 기회가 올리는 없어서 그다지 아쉬울 것도 없다. 그래도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아서, 이식 전화가 온 때마침 아프다니. 나 자신을 아껴줬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 연락을 혼자 곱씹으며 누워 있다가, 소한과 정남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짱아에게 메시지가 와 있어서 짱아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나는 지금 이식수술을 받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일까. 마음이 복잡한 밤.
그래도 오늘 누군가는 또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41살의 뇌사자 여성분과 그분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될 사람들을 위해 기도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