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정남의 은밀한 취미
사진은 정남이가 직접만든 파스타
나의 동생 정남은 키 184cm에 살크업을 좀 해서 아주 건장하다. 나는 마른 남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정남이의 건장한 몸체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한동안 슬림했던 정남으로서는 지금의 몸이 조금은 불만인듯하다.
한때 정남에게 내 친구를 소개한 적이 있다. 물론 둘이 연애하라고 소개한 것은 아니었고, 내 친구라고는 하지만 나보다 7살이 어린 친구여서 정남보다도 3살이 어렸다.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하던 즈음 만나 아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는데, 정남과도 서로 친구로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를 해주었다. 둘이는 한동안 밥도 먹고 뮤지컬도 보고 하더니 자연스럽게 안 만나게 되어 나로서는 조금 안타깝다. 그 친구가 정남오빠는 참 멋있는데, 너무 말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 정남이는 마른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팔불출 정연엄마는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 184cm에 74~77을 왔다 갔다 하던 정남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멋지고 남자답게 살이 쪘다.
살이 찐 이유는 역시나 라면을 좋아해서인 것 같고, 안타깝게도 정남은 어릴 때부터 뚱통했다. 어른들은 살이 다 키가 되는 것이라고 정남의 뚱통에 합리화할 명분을 주시곤 했다. 원래 살이 키가 된다는 것은 거짓부렁이라 하던데 다행히도 정남은 키가 183cm였던 할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받아 집안에서 가장 키가 크다. 축하한다, 정남. 물론 그 격세유전은 이정연만 비껴갔다.
하여간 이렇게 키가 크고 건장한 정남에게 은밀한 취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주말마다 장을 보러 다니는 것이다. 요즘은 유튜브에 쉬운 요리법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많고, 정남은 그것들 보기를 즐기는데 영상을 보다가 좀 쉽게 느껴지는 요리법이 보이면 주말에 장을 보러 간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더니, 마트라고 젓갈 반찬을 살지 물어보았다. 오늘도 출근을 했었는데, 퇴근이 이른가보다. 지난주에도 무슨 파스타를 만든다고 장을 봤었다. 사진은 아주 그럴듯했는데 맛이 없었다고 아주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회사에 있어서 맛볼 기회가 없었다.)
우리 정남이가 이렇다. 귀여운 정남이의 은밀한 취미, 바로 요리와 마트 가서 장보기다. 이 정도면 참 괜찮은 청년인데. 친구도 온통 남자들뿐이다. 내가 내 새끼를 두고 이런 말 하기는 부끄럽지만, 괜찮은 남편감인 것 같은데... 모쏠이다. 크흡. 모쏠도 집안내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가.
대학에 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열차게 연애를 하는 사촌동생을 두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뭐 저거 아비 닮아가 저래 연애를 잘하는갑지. 너거들을 보면 참 답답다. 저거 어매, 아배 닮아가 순진해 빠져 가지고."
엄마와 아빠는 선봐서 결혼했다. 둘이 서로가 첫 남자, 첫 여자였다. 정남과 나도 어떤 운명의 장난 탓인지 30년을 넘게 모쏠로 살아왔다. 나는 소한을 만나 그 모진 운명의 고리를 끊었지만, 정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키도 크고 회사도 잘 다니고 최연소 승진을 할 정도로 능력 있으며 성실한 데다, 은밀하고 가정적인 취미까지 가진 우리 정남이의 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정남이는 패션 센스도 뛰어나고, 외모도 봐줄 만하다. 정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정남이 차에서 말했다.
"우리 회사에 출판사 다니다가 이직한 친구가 있는데,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야. 대화를 해보면 확실히 논리 정연하게 말을 참 잘하는구나, 똑똑한 친구구나 하는 것이 대번 느껴져."
"누나하고는? 누나하고는 말하면 어떤데"
"음... 누나하고는 이야기하면 성질 더러운 것이 느껴지지."
이건 뭐, 이야기해 보면 머리가 텅텅 빈 것이 느껴진다는 것보다 더한 욕인 것 같다. 아니면 역시 조금만 이야기 나눠봐도 성질 더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누나가 있기 때문에 정남이 연애가 안 풀리는 것인가.
주변에 괜찮은 아가씨 있는 친구님은, 은밀하게 이정연에게 연락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