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괜찮은 척 했던 거구나, 알았다.
늘 조바심을 낸다.
지금 순간이 다신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별스런 일들을 다 했다.
지금도 그렇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불행한 일 앞에,
나는 또 조바심을 낸다.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글에는 징징거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아 그래서 내가 말할 데가 없었구나.
징징거려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들에게 약한 소리하면 그들도 지칠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의 만행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정신과 실패. 심리상담 실패.
결국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하니까.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 돈 드는 일들을 다 때려쳤다.
방법이 없어서 자조모임을 찾아보았다.
한참 일할 시간이라 그것도 곤란.
그러다 네이버에 실시간 심리상담이 있길래 결제해서 한 시간을 떠들었다. 그냥 나 혼자 떠들었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은 안타까워만 해 줄 뿐. 미안하다고 했다. 아무것도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내 문제는 너무 복합적이라고...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초등학생 시절에도 잠을 잘 못 잤다. 밤에 늘 책을 읽었고, 쓸데없는 감상에 빠졌다. 종종 만화책도 보았는데, 호텔 아프리카를 읽던 밤에는 밤새 울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우울과 불면으로 칠갑된 인간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가끔씩 무서우리만치 감정이 없다.
그러나 가끔은 매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 상담한 선생님도 그랬다. 정연님은 정연님 자신을 너무 미워하는 것 같다고.
작년부터 올해까지 짧게 다녔던 상담소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너무 놀랐다고 했다.
상담실에 들어서기 전에 내가 로비에서 판매되는 책을 펼쳐보고 있는데, 자신이 아는 너무 예쁜 지인을 꼭 닮아 그 사람이 온 줄 알았단다. 그랬는데 그 아가씨가 상담실에 들어서서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자기혐오의 말만 잔뜩 쏟아내어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사실 예쁘다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고객이니까. 고객 유치 차원에서 한 말이려니. 그러나 한 편으로 그런 말이 너무 좋고, 필요한 내가 있다.
모든 문제는 사랑. 내가 사랑을 원해서라고 했다.
내가 하는 파괴적인 행동도, 자기혐오도 다 사랑받고 싶은데 채워지지 않아서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내는 상담료 이상으로 나를 예뻐해주셨던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은. 그 눈이 거짓일리는 없다.
나를 사랑했었다. 착하게 살면, 생의 모든 것을 믿으면 다 잘될 줄로 알았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늘 불행. 듣는 사람도 믿을 수 없을만큼, 너무 많은 불행이 나를 싸고 있어서 이제 생각도 하기 싫다. 지금 또 벽에 부딪혔다. 괜찮은 척이 탄로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