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갑자기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아빠와의 이별의 순간을 막연히 상상했을 때...
나는 담담하지 않을까 했는데 마음이 계속 오르락내리락 수시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좋았던 일들, 안타까운 일들 생각도 참 많이 나고요.
하지만 오늘 오전에 혼자 있던 집안에서 내 나름대로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했는데... 아빠가 다 들으셨나 봐요. 정말 거짓말처럼 오늘 정오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1958년생. 아직 너무 젊으신데... 그 무엇도 돌이킬 수가 없네요. 아빠의 사업 실패로 가족들 모두 고생이 많았고, 무책임하고 나약했던 아빠를 참 많이 미워했습니다. 이렇게 삶이 짧은 줄 알았더라면 미워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1억이나 넘는 빚을 받으러 갔는데, 거래처 사장님은 이미 잠적하고 집에 덩그러니 아이들만 있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한 아빠. 아이들 걱정된다고 쌀 한 포대랑 라면 한 박스 사서 들여주고 가지고 있던 돈 쥐어주고 오셨던 분이라, 늘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었어요.
나의 인생에도 아빠처럼 무심한 듯 따뜻한 어른이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보다는 덜 차가운 사람으로 자랐을 거라고 참 많이 생각했거든요.
대구에 갑니다.
아빠 잘 보내드리고 올게요.
사실 나에게는 좋은 아빠가 아니었, 다고 하기에는 또 좋은 추억이 떠올라 서러운 밤이네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던 경상도 남자, 그러나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어른이었던 동희 씨. 잘 가시라고 같이 빌어주세요, 친구들.
지난 글에 남겨주신 댓글에는... 답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 글로 갈음할게요.
미워하지 말고,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고 서로 사랑해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