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안구일기

by 이정연


씩씩한 녹내장 환자 매거진까지는 오버다.

그런 것까지 발행하면

진짜 내가 나에게 톡으로 개극혐 이모티콘 보낼 거 같다.

그런 생각의 싹이 올라올 때 미리 자근자근 밟아 두었다.


며칠 동안 고뇌하고, 또 삐뚤어지느라

잠을 설친 이후 일찍 자는 일이 어려워졌다.


이미 먹고 있는 약이 너무 많다.

하나 둘.

진짜 손가락 펴 가면서 세 보니 하루에 23알을 먹는다.

거기에 고작 작은 개나리색 알약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인데

그 하나에서 오는 정신적 대미지가 꽤나 크다.


원래 눈이 나쁘니까, 지금도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낮에 눈이 좀 부신 순간이나 부연 점이 눈 앞을 따라다닐 때 살짝 겁나고 그렇게 겁이 나는데서 짜증이 살짝 치밀어 오른다.


그럭저럭 이번 주를 버티면 이제 열흘쯤 되려나.

개나리 색 약을 삼킨 지.

며칠 전에 폰 설정을 바꾸었다.

나 같은 눈에는 핸드폰 보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글을 쓰려다가 관두고 일찍 잠들었던 날도 있긴 했다.

그런데 요즘 다른 작가님들 글 읽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도저히 핸드폰을 놓을 수가 없어서 핸드폰 설정을 바꾸기로 했다. 블루라이트가 좋지 않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으니 설정에서 블루라이트 필터를 발동시켰다.

화면이 샛노래졌다. 그래도 설정에 손대지 않았다.

나는 어른이니까. 나를 사랑하니까. 아주 어른스럽게 노란 화면에 적응해야 한다. 며칠 지나니 아주 익숙해졌다. 덕분에 눈이 덜 피로한 것 같고.

그 부작용으로 브런치 내에서 글 읽으러 너무 많이 돌아다녔다.


아 인공눈물은 자꾸 놓친다.

선생님의 처방은 수시로, 인데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물은 평소보다 분명 많이 마신다.

다른 걸 먹거나 마시지 않고 그 대신에 물을 마시려고 하는 노력이 가상하다.


좀 쿨하게. 짧은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나는 원래부터가 말이 많아서인가... 손가락도 멈추질 못하는가 보다.


침대 베개 옆에 늘 인공눈물과 선풍기 리모컨이 있다.

인공눈물을 넣으니 눈이 시큰거린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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