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에 살았어서 지나는 차들을 참 많이 보았다.
하얀색의 중형차만 보아도 울컥했고,
혹 그 수많은 차들 중 당신과 차종이 아예 같은 차를 보면
나는 멈춰 서서 엉엉 울곤 했다.
다시는 나를 태우지 않을 당신의 차가 나를 스쳐지나는 것만 같았다.
한적한 동네에서 한참을 주저앉아 울어도 지나가는 이 하나 없었다. 모두들 차를 타고 빠르게 달릴 뿐이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살아도 당신을 볼 수 없다는 것만이
내 삶의 유일한, 최대의 비극이었다.
나는 삶을 포기하는 것으로 그 비극을 끝내야 하나
수없이 생각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금계국에 나는 오열했고,
개망초에 다시 웃었다.
나는 살아남았고, 당신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어디 한 구석이 불편하고 아리다.
살아서는 영원히 만날 수 없으나,
이제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다.
당신이 없어도 나는 대체로 꿋꿋하고 씩씩하므로.
다만 우리가 처음 전화기를 붙들고
함께 산책을 했던 그 새벽 3시의 제비꽃 풀을 기억한다.
그때의 당신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 날 당신이 다다랐던 그 체육관을 기억한다.
함께 있지 않았지만 함께 였던 우리를,
최초로 당신에게 설레었던 그 날을 여전히 기억한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금계국이 처량할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