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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플 때 소설을 써

by 이정연


이제는 소설을 쓰고 있다. 쓰고 싶은 순간이 있다.

에세이를 쓸 때는, 늘 여러 번의 검열을 거쳐야만 했다. 문장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유의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소설은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각나는 소재로 아주 짧게 쓰더라도, 일단 썼다. 그리고 그대로 서랍에 넣어두더라도 언젠가 커다란 소설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음이 커다란 슬픔의 바람이 불어올 때, 결국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일찍 잠들려고 하였으나 그럴 수가 없어서, 정남의 곁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친구 소소와 연락을 하면서, 내일은 소소 어머니께 머리를 하러 가기로 하였다. 기분을 내고 싶다. 그동안 나를 위해 시간도, 돈도 아껴왔다. 이제는 오로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주아주 예쁘게 머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일 저녁에는 또 수업이 있다. 사실 그래서 푹 잘 자두어야 하고, 예쁘게 머리를 해야 하니 역시 잘 자두어야 한다.

내일은 머리를 하고, 시내에서 볼일도 볼 참이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여러 번 재대출을 해오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얼른 끝까지 읽을 참이다.

폭풍 같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다음 주에는 첫 데이트가 두 번이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새로운 변화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대운이 들어올 때 많은 것이 바뀐다고 하였는데, 어쩌면 정말 좋은 일들이 나를 찾아오려고 지금껏 또 시련을 겪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는 밤이다.


여전히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일단 쓰는 일을 시작했다.

슬플 때 소설을 쓰니, 그보다 생산적인 슬픔이란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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