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더덕농사, 아빠의 더덕농사, 그리고 딸과 사위의 더덕농사
할머니,
손녀가 더덕농사를 짓는다는 걸 알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알고 돌아가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손녀가 더 열심히 농사지어서 할머니랑 살았던, 농사를 지으셨던 땅을 꼭 다시 살 거야. 할머니와 함께 더덕향 맡았던 그 땅에서 다시 농사를 짓는 날이 오길 바라!
겨울농사는 처음이라 아직 모르는 게 많아. 아빠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알려줘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
아빠는 매일 정신 차리고 농사를 지으라고 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농사의 길을 아빠는 누구보다 알기 때문이겠지? 그 마음 알기에 조금 더 진지한 모습으로 임하려고 하고 있어.
할머니,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어나 아기 더덕들을 심고, 10일 전 심었던 아이들을 보니까 너무 이쁘게 새싹들이 돋아나는 걸 보고 감격했지 뭐야! 이것 봐!
세상에나,
이 겨울, 밖은 영하 5도, 6도인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니 새싹을 움트는 이 더덕들을 보면서 나도 끈질기게 살아봐야겠구나 싶어. 할머니랑 더덕 까고 더덕밭에서 풀매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더덕들은 여전히 똑같은 향을 내고 똑같은 맛을 내! 나도 할머니가 더덕을 사랑하던 그 마음 변치 않고 이어갈 수 있게 할게. 지켜봐 줘.
-삽다리더덕 손녀가-
농부가 정성 들여 키운 농산물은 맛은 똑같지만, 단지 못생겼단 이유만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못난이'라고 칭함을 받고, 제 값을 받지 못하며 그 빚은 고스란히 농부가 받습니다.
우리 아빠도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쌓여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농부가 우선인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농부가 여유가 있어야 생산량에 집착하지 않고,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죠- 더 좋은 먹거리를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부디 우리 농부들의 정성을 귀로, 눈으로 들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