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_ 너의 취업 준비를 나와 함께
벌써 4년 전이다. 너의 취업 준비 일대기가 시작되었던 순간이. 군 전역 후 복학한 너는 남들보다 빠르게 취업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학과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너의 성실성과 부지런함도 컸겠지만, 너보다 세 살 많은 나를 엄두 해둔 이른 대비라는 것을 내심 느끼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 년쯤 지나 우리가 공식적으로 만나게 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너의 취업준비를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인적성을 공부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지지리 웃긴 날도 있고, 지독하게 슬픈 날도 있었던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툰 문장이 앞뒤 다른 방향으로 향해가는 자소서를 읽고 피드백하는 것도 재밌었고, 아침 면접을 하러 가기 전에 함께 먹었던 순대국밥도 맛있었다. 한 번은 면접에 떨어진 너의 축 처진 어깨에 괜히 내 머리통까지 기대어 더 무겁게 만들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런 기분에도 평소처럼 널 괴롭히는 나에게 상황 파악을 못 한다며 서운함을 말했지만, 그건 그날도 그냥 똑같은 하루란 걸 말해주고 싶은 나의 전략이었다. 쓰다 보니 생각난 또 한 번은, 떨어졌다는 네 문자에 난 그럴 줄 알았다고 답장을 해서 널 엄청 화나게 만들기도 했었네. 그건 어떤 전략도 없이, 생각도 없이 뱉어버린 것 같다. 그때는 사과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은 미안하다.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생이 인턴이 되고, 졸업하고, 몇 개의 공채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에겐 참 많은 맥주캔과 소주병이 쌓였다. 지금 글을 쓰는 오후 9시는 내일도 찾아오겠지만, 그 날의 9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각이라, 우리 이야기는 어느 누구와도 재발급을 할 수가 없다. 다가올 미래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었고, 현실을 마주하기 전, 마지막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날들이었다.
대학원 생활과 극단 작업을 하면서 너보다 사회에 일찍 발을 딛기는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너와 함께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서로의 자소서가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방에 오가고,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지친 하루의 끝에 만나 마시는 생맥주에 그날의 불안함을 다 털어버리고, 든든한 응원을 채워 넣었다. 나는 나보다 말주변이 부족한 너를 위해 면접 상황극을 펼치기도 했고, 너는 너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를 위해 핵심만 쏙쏙 보편적인 면접 대비 속성 과외를 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날에 최종면접을 보게 되었던 우리가 면접이 끝나고 함께 걸었던 연남동 골목은 사이사이 전봇대 아래 쓰레기마저도 드라마 미술 세트처럼 예쁘게 기억난다. 평소와 달리 정장을 갖춰 입은 우리의 모습이 창문에 비칠 때면, 어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나게 거리를 걸었다. 어른의 연애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정장에 어울리지 않는 깨방정을 떨면서 사진을 찍었겠지.
그날의 면접이 서로에게 합격을 결과를 똑같이 가져다주었을 때, 길었던 너와 짧았던 나의 취업 준비는 함께 끝났다. 어느 누구 하나만 혼자 끝낸 것이 아니라, 같이 끝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길었던 장거리를 끝내고, 함께 보낸 두 달간의 취업 준비 기간은 다가올 미래와 상관없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합격한 화면을 캡처해서 제일 먼저 보내주고 싶은 사람이 너라서, 나라서 고마운 날들이었다.
봄이 물러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유월의 어느 날, 취준생 신분을 벗어던지게 된 우리는 바다로 떠났다. 그날의 영상과 사진이 유독 예뻐서 그런지 돌이켜보면 내 스물아홉 중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이십 대는 그날 정점을 찍었다. 각기 다른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적응하느라 바빠질 앞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냥 즐거웠던 6월이었다.
너의 취업 준비를 나와 함께 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