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중심, 화분 같은 자궁.
여기서는 성찰하는 마음으로 내가 직접 배우고 인식하고 느끼고 실천하고 다시 나눴던 골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근육에 대해 써볼까 한다. 나는 요가강사다. 물론 요가를 가르치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가장 명확하게 나의 생계를 규칙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일은 요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좋은 직업 덕분에 나는 내 평생 배울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해부학’을 공부한다. 자궁경부암검사를 받기 두어 달 전부터 (내가 자궁경부이성형증을 진단받으리라는 것은 전혀 모른 채) 좋은 선생님께 테라피 해부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나서 다행스럽게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단하게 골반 근육을 다잡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와 달리 근육은 엑스레이를 찍지 않는 이상 내가 직접 살펴볼 수도 없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머릿속에 있던 신체 구조와 근육을 명확하게 알아가는 것은 유익했다. 자궁경부이성형증을 진단받은 지금 자궁을 감싸고 있는 골반기저근과 골반에 안정감을 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장요근, 내전근을 내가 인식하고 느껴간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동시에 누군가의 건강을 책임지는 요가강사로서 정작 내 건강을 못 챙기고 있는 현실이 웃기면서도 슬펐다.
건강한 삶의 조건을 떠올리면 음식과 운동을 빼놓을 수 없듯이 금주령, 금식령과 더불어 골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을 하는 것도 필요했다. 내 호흡은 저 멀리 보내고 수강생의 호흡에 맞춰 움직였던 수업에 지쳐 수련하기를 게을리했던 나 또한 금주, 금식 기간만큼은 나를 위한 수련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이상! 매트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연함을 무기 삼아 제대로 힘을 쓰고 있지 않은 허리와 비틀어진 골반을 만나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골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우선, 제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내전근’은 발음 때문에 내가 종종 ‘내정근’이라고도 말하고 쓰는데, 쉽게 설명하면 허벅지 안쪽 근육이다. 나처럼 하체가 튼튼한(?) 여성들은 가만히 앉아서 다리를 덜덜 떨면 덜렁덜렁 움직이는 허벅지 안쪽 살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안쪽으로 뼈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근육이다. 내전근은 치골과 엉덩이뼈에서 시작해 무릎 위 허벅지 안쪽에서 끝난다. 내전근은 약 다섯 개의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렇게 깊게 파고들면 전문서적이 되어야 하니 더 알고 싶으면 웹 검색을 권유한다. 아무튼 내전근은 다리가 휘거나 무릎이 안으로 모이는 것을 예방해주는 근육으로 튼튼한 골반에 꼭 필요하다.
다음은 ‘장요근’이다. 장요근은 아래 허리와 골반 언저리에서 시작해 허벅지 안쪽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끝나는 근육인데, 장골근과 대요근이라는 두 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요근은 우리가 다리를 접어 올릴 때 많이 사용하는 근육이다.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장요근이 접힌 채 펼쳐지는 법을 잊어버리고, 계속 서 있으면 제발 좀 접어 달라고 허리로 통증을 보낸다. 그래서 허리가 아플 때는 골반 앞부분을 늘려주는 자세를 취하면 신기하게도 허리 통증이 많이 잦아든다.
마지막으로 ‘골반기저근’은 몸통에 있는 장기들이 하체로 내려가지 않도록 받쳐주는 근육이다. 축구공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반구 형태에 방광도 있고 대장과 소장, 그리고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한(하지만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말로만 중요하다 외쳤던) ‘자궁’도 있다. 골반기저근은 우리가 코어근육이라고 말하는 근육 덩어리의 밑바닥을 담당한다. 숨을 쉴 때나 바른 자세를 취할 때 호흡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왔다, 하면서 몸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이렇게 대표적으로 세 가지 근육이 골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종종 일상에서 이 근육들이 내 몸속 어디쯤에 있는지 느끼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다. 제발 잘 좀 활동해 달라며, 내 자궁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병변이 일어난 표피세포를 잘 떨궈달라고 부탁했다. 지금까지는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몰라서 제대로 근육이 힘쓰고 있지 않은 순간도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딱 알고 있으니 제대로 활동해주지 않으면 다양한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가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과 함께 말이다.
코어근육 : 코어가 복부인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코어근육은 위로는 횡격막 옆으로는 복횡근과 다열근 아래로는 골반기저근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