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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Apr 10. 2024

(언젠가 만나게 될) 그대에게

이렇게라도 미리 인사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우리가 존댓말을 쓰게 될지, 반말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얼굴도 모르는 사이니까 우선 존댓말을 사용할게요. 박예슬입니다. 아마 이 편지가 언젠가 당신 손에 쥐어진다면, 그쪽은 저의 연인이거나 혹은 남편이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저에게 매우 소중하고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일 거라 생각됩니다. 또, 아주 멋진 사람일 거예요! 왜냐면 저는 여태껏 꽤 근사한 사람들만 기가 막히게 골라 연애하는 능력이 있었거든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요. 결혼적령기에 들어오면서 요즘따라 당신에 대한 생각이 참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연애는 혼자 하는 게 아닌지라 이렇게 머릿속을 시도 때도 없이 가득 채우는 당신의 존재가 가끔은 짜증 나기도 합니다. 지금 옆에 있지도 않으면서 답도 없이 왜 자꾸 떠오르는지, 이젠 좀 정말 간절하게 그 잘난 얼굴 보고 싶네요. 완전.


사실 기다리는 것도 조금 지쳤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혼자 살아가는 미래도 진지하게 고민해볼까 봐요.


생각해 보면 성인이 된 이후로 늘 당신의 존재를 찾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어느 해는 당신일 거라 생각했던 연인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도 했고, 어느 순간엔 그 행복의 기억이 고통과 시련이 되어 제 목을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더 이상 ‘추억으로 남지 않을’ 그쪽을 만나길. 밤낮으로 하늘에 떠 있는 많은 것들에 기도하고 있어요. 얄궂은 기도빨이 먹히길 바라며 오늘은 약간의 뻔뻔한 장난을 담아 이런 말도 내뱉어봅니다.


"저와 함께 하게 된다면, 아마도 앞으로의 삶에 엄청난 행운이 따르게 될 겁니다. 어서 당신의 행운을 손에 꽉 쥐세요! 저를 좀 찾아내주세요!"


-


당신이 어떤 사람이길 바라면 바랄수록 만날 확률은 적어질 것만 같아, 제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려 해요.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음... 정말 어렵겠지만,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그런 사람 말고요. 딱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봐줄 수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제가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이 당신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당신이 꺼내는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시간을 들여 그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 봐주는 사람이요.


어릴  그저 착하고 멋진 사람이고만 싶었는데요. 저는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없겠더라고요. 그만큼 그릇이 크지도 않고. 부처님보단 인간에 매우 가까운 사람이에요. 제가   있는  ! 사랑하는 사람에게, 포근한 사람이 되어 보는  정도가 아닐까 해요. 저를 조금  다듬고 정제하면서, 제가 꾸리고 있는 세계를 당신의 세계만큼 1인분  확장하 싶습니다. 쓰다보니 당신을 만나면 슬며시 발견하게  저의  다른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이번에는 제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요즘 제가 떠올려보는 사랑은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 관계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희노애락’와 ‘함께’입니다. 사랑에는 결코 좋은 것만 있지 않거든요. '사랑'은 다양한 감정과 마음, 책임과 의지를 담아내는 언어라고 생각하는데요. 긍정적이고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희망을 줄 때도 있지만, 그 반대의 모습도 많아요. 좌절하고, 비참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괴롭고, 힘들고, 화가 나기도 해요. 그런 상황도 사랑의 일부죠.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함께하려는 의지. 그게 사랑인 거 같아요.

힘들 때 옆에 있는 사람까지 힘들까 봐 미안한 마음으로 잡은 손을 슬며시 내려놓지 않고, 마음이 어려울 때 나 좀 도와달라고 그 손을 꼭 잡는 이기심. 때론 그 마음을 먼저 알아채고 피가 안 통할 만큼 더 꼬옥 잡는 손아귀 힘. 그렇게 함께하려는 의지를 오래도록 품어가는 단단한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길 바라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음... 행복하려고 사랑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사랑에 행복만 있지는 않았으면 해요. 그 반대편에 자리 잡은 흐리고 꾸리꾸리한 모습도 행복과 더불어 사랑이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면 아주 조금 더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당신을 만나길 기다리는 기도에 덧붙여봅니다.


재밌는 소설책은 갈등과 해결, 성장이 가득하잖아요. 같이 만들어가는 희노애락이 담긴 문장을 즐겁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길 바라요. 이렇게 점점 바라는 게 많아지면 당신을 만날 확률도 점점 줄어들 것 같지만, 그래도 쓰다 보니 문득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는 건 역시 즐겁네요.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사랑을 해왔고, 어떤 사랑을 꿈꾸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일상을 보내며, 어떤 사소한 미소와 찡그림을 만드는 사람인지도요.

지난 시절 연애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 듯, 당신의 삶을 충만하게 해 준 이야기들이 듣고 싶네요.


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에게 당신 좀 내놓으라고 실랑이하듯 말싸움 같은 기도를 하며,

우리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예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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