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으로 휩싸였던 30분의 시간

아빠는 내년이면 79세가 됩니다

by 가을바람

토요일 저녁, 아빠집에 놀란 마음으로 간 이야기입니다.

아빠에게 반찬을 갖다 드리기 위해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빠, 저 왔어요. 아빠~ 아빠~"
"아빠, 아빠~~"
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텔레비전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 벨소리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립니다.
통화음이 끝날 때까지 받지 않으시는 아빠.

반찬을 내려놓고 아파트 밖으로 나갑니다.
아빠는 1층에 사세요.
1층 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봅니다. 거실 방향으로 앉아 계시는 아빠의 모습이 보입니다.
안도의 숨을 쉽니다.
아빠는 미동 하나 없이 앉아 계셔요. 주무시는 게 맞는지 걱정이 되어 자세히 쳐다봅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내심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슴 쪽이 조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서 안심이 되었어요.

많이 피곤하셨나 보다 하고, 문 앞에 반찬을 놔두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상황을 엄마에게 전화하니,
"누가 반찬 가져가면 어떡하니? 아빠에게 연락해 봐라~"하십니다.

엄마, 아빠는 따로 사신지 20년이 넘어갑니다.
3~4년 전부터 엄마는 제 반찬을 챙겨주시면서 아빠 반찬도 함께 해주시고 계셔요.
'미운 게 정'이라고, '나중에 후회 안 하기 위해서'라고 하시면서요.
제가 중간에서 반찬을 갖다 드리며, 아빠 얼굴 뵈는 기회가 되어 좋습니다.

아빠에게 다시 전화를 겁니다.
1번, 2번, 3번 걸어도 받지 않으십니다.

'앗,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까 분명히 숨 쉬시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오며, 아빠집으로 달려갑니다.

밖에서 보니, 아빠는 조금 전 모습 그대로 앉아 계셨어요.
비번을 열고 들어갑니다.
(아빠가 집에 계실 때는 제가 문을 열어 들어가지는 않아요.)

아빠는 엉덩이가 살짝 미끄러져 앉은 상태로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빠, 아빠!" 하며, 손목 쪽을 잡으며 살짝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빠는 그제야 눈을 뜨시고 "아침이야~?" 하십니다.
시각은 오후 5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어요.
"아빠, 지금 저녁시간이에요.
잠을 엄청 깊게 주무시네요."

아빠는 밤에 잠을 못 잤다며 많이 피곤했나 봐 하셨어요.
아빠가 무슨 일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걱정하실 엄마에게 전화로 상황을 바로 알려드립니다.

아빠에게 반찬을 드리고, 얘기 나누다가 옵니다.
"나이가 드니까 잠이 많이 와~" 하시는 아빠.
당뇨로 인한 신경 문제로 신경과약을 드시는데 약에 안정제가 들어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낮에 졸려서 주무시니, 밤에는 잠이 안 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광주에 있는 큰 애와 고3 되는 둘째, 초등 졸업하는 막내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빠는 늘 그렇듯이 애들 키가 몇이야 하고 물어보시네요.
아빠와 소소하게 나누는 시간이 오늘따라 정말 귀하게 여겨집니다.

아빠는 내년이면 79세가 됩니다.
경치 좋은 곳에 여행도 제대로 못 해드려 마음이 아픕니다.
고향인 서울을 늘 그리워하시는데, 발상처 치료한다고 서울 가는 것을 계속 미루게 되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모시고 가야겠습니다.

아빠와 자주 연락하고 소통해야겠습니다.

아빠가 정말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소소한 인생이야기를 계속 나누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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