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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n 28. 2018

‘퇴근하다 말고’ 우린 글쓰기를 시작했다

같은 회사 다니는 네 명이 시작한 글쓰기 모임 이야기



해야 하는데...
아, 진짜 해야 되는데...
아직도 안 했어.. 미쳤나 봐, 해야 되는데....

마음속에만 묵혀왔던 계획이 있었다. 실천되지 못하고 몇 년째 방치되었던 생각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꿈에서만 존재하던 이상은 현실이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시작이란 항상 쉽지 않다. 이제는, 진짜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소리 내어 말해보기로 결심했다.

“우리 글쓰기 모임 해볼래?”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해온 게 벌써 수년 전. 가끔 생각이 날 때면 글을 끄적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수집하곤 하지만 나에게 꾸준하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이렇게 꾸준하지 못한 나를 볼 때마다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고, 제자리걸음 중인 나의 문장들을 볼 때마다 좌절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을 마주칠 때마다 이 사람은 무엇을 먹어 글을 이렇게 잘 쓰는가, 질투심이 일렁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매일 글을 쓰며 글쓰기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처럼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꾸준히 한 가지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날 때만 쓰고, 아님 말고 하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도저히 문장 실력이 늘지를 않는 것이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 글을 써보자!
목표를 정하고 나서 그 다짐을 소리 내어 누군가에게 말했을 때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꾸준히 실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4년간 활동했던 다독임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던 터라 함께 글쓰기를 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리 글쓰기 모임 해볼래?”
감사하게도,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고 그들은 간절했던 나의 미끼를 단숨에 물어주었다.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각자의 업무들을 마친 우리 넷은 회사 밖을 나섰다. 그렇다. 우리는 한 회사에 다니는 같은 팀 팀원들이다. 바쁜 하루에 지쳤을 법도 한데 첫 모임이라 그런지 모두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쏴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맛비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미친 듯이 내렸다. 회사 근처 좁다란 골목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다. 아직 퇴근시간이 되려면 한참이나 있어야 해서일까, 카페는 적막감이 감돈다. 테이블 한켠에 앉아있던 카페 주인은 우산을 접고 황급히 들어서는 우리를 보며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향한다.







그렇게 우리의 모임은 시작됐다. 글의 마침표를 잘 찍고 싶은 사람, 일상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 긴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싶은 사람, 꾸준하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저마다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만난 우리는 내친김에 모임 이름도 만들기로 했다. ‘퇴근하다 말고-퇴근하다 말고 글을 쓰는 모임이라는 뜻’ 평소에 센스 있는 카피를 잘 뽑아낸다고 생각했던 S가 생각해낸 기가 막힌 이름이었다.

우리는 한 시간 반 가량 ‘처음’이라는 주제로 각자 글을 써보기로 했다. 주로 집에 가는 버스에서, 화장실 욕조에서, 집 앞 벤치에서 혼자서 적어 내려 가던 글을 함께 쓰려니 머릿 속은 백지장이 되었고, 한 시간 반은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갔다. J의 의견으로 우리는 각자가 쓴 글에 나의 목소리를 담아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읽어주다니?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싫다고 생각했으나, 읽는 내내 몸이 사라져 버릴 것처럼 오글거렸으나, 한 사람의 글을 그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주었다.

회사라는 사무적인 공간에서 매일 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우리들. 회사 밖을 나와 허물을 벗고 글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한다. 글이라는 건 가치관이 투영되는 참 솔직한 표현의 수단이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각자의 다른 개성들이 묻어난 네 편의 글 덕분에 평범했던 하루가 특별해진다. 꾸준히 함께 많은 글을 쌓아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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