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
글이 안 써질 땐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아무말 대잔치
#01
이전에 내가 어떻게 글을 쓴거지 싶을 정도로 요즘은 글이 잘 안 써진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할지 주제부터 막막해져서 흰 백지 앞에서 허송세월 2-3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도대체 앞으로는 무엇을 써야 하지? 하는 생각에 막막해져서 일단 그냥 부담 갖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고 다짐하며 오늘은 일기처럼 짧은 생각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02
요즘 나는 독립출판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5월 29일, 로미와 함께 충계모임을 마지막으로 했던 그때로부터 벌써.. 3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함께 독립출판을 준비했던 친구들은 벌써 책을 모두 만들어 서점 입고까지 끝내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 모든 과정을 끝낸 C와 S가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눌 때 '나는 언제 하지?' 까마득하다는 생각만 하게 됐고, 나도 빨리 책을 만들어서 책방에 입고도 시켜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됐다.
#03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책 작업은 빨리 빨리 진행되지를 않았다. 글의 순서를 계속해서 바꾸고, 문장을 다듬고, 써지지 않는 글을 한 문장씩 완성시켜 나가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책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책을 읽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사진도 못 찍고, 오로지 책에만 매달려 있으니 생각이 제자리에 멈춰 있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멈춰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요즘 내 주된 관심사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책 작업이 전부이다.
#04
정말 8월에는 기필코 완성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하루 날 잡고 글을 완성시키고, 퍼블리셔에 글을 옮기고, 집에 오는 전철에서는 표지의 디자인을 새롭게 하게 됐다. 이게 모두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달 동안 그렇게 되지 않더니, 하루 만에 진도가 쑥쑥 나간 것이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오갈데 없이 빼박캔트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데드라인을 만들어 놓는 것은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05
샘플북을 출력하고 책을 읽어보려는데, 글 중간중간 어색하게 점프가 느껴졌다. 이전에 썼던 브런치 글을 엮어서 만들 참이었는데, 재편집을 해보겠다며 다시 새롭게 글을 쓰면서 꼭 있어야 할 흐름들이 모두 날아가 버린 탓이었다. 새로 개요를 짜겠다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다시 쓴 글이었는데, 다시 브런치 글을 열어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가져와야 했다. 틀린 부분만 수정해서 최종 발주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적인 느낌..? 이 완벽을 향한 집착.. 제발 내려놓아줘..
#06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5시간 정도를 책상에 앉아 글을 다시 수정했다. 5시간 동안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작업만 하게 되다니. 진짜 내 인생 최고조의 몰입력이다. 5시간을 집중했는데도 아직 시간이 모자라다. 결국, 오늘도 그냥 이불을 펼치는 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