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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Feb 14. 2020

좋아하는 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대한민국 99%가 죽을 때까지 고민하는 질문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씀을 계속하시는데

제가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겠어요...!"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일 찾는 법'을 검색해 보다가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위의 질문은 송길영 부사장님이 대학교 강의를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이 많이 한다는 그 질문은 직장인으로서의 경력이 7년 정도 쌓인 나에게도 여전히 큰 숙제다. 나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서유미 작가의 <쿨하게 한 걸음>이라는 소설 속에는 서른세 살의 연수라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무직 사원이다. 삼십 대가 되면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인생의 모든 것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그녀는 교제하던 남자와 이별을 하고, 2년간 몸 담고 있던 회사는 구조조정이 시작되어 회사가 자르기 전에 자진해서 퇴사를 하게 된다. 퇴사를 하고 그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고민에 빠진다.





젊음의 절정으로 빛날 삼십 대를 생각하면 황홀해졌다. 그래서 그때는 서른 살이 넘으면 인생을 견뎌내기가 훨씬 수월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서른셋씩이나 되고 보니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삼십 대는 빛나지도 않고 젊음의 절정도 아니며 여전히 바람과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키를 넘기는 태풍 속일 뿐이다. 안정적인 궤도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가슴을 짓누른다.

- 서유미 작가 <쿨하게 한 걸음> 중에서


나도 내 마음을 또렷이 알 수 없었다. 일단 회사는 그만두기로 한 것이고 그렇다면 왜 다른 회사를 고르는데 이토록 까다롭게 구는 것일까. 길은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삼십 대가 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을 나누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은 이상하게도 갈 수 없는 길에서 반짝이는 기분이다.

- 서유미 작가 <쿨하게 한 걸음> 중에서


이렇게 나이에 얽매이고 뭔가 시작해 보기도 전에 걱정부터 하다니. 지금까지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아온 것처럼 결국 또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갈 게 뻔한데도 나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공부를 더 하거나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유보하기만 한다. 이정표와 목적지가 사라진 도로 위에 망연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 서유미 작가 <쿨하게 한 걸음> 중에서




3이라는 앞자리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 불안 속에 이 책을 펼쳤던 스물아홉의 나는 연수와 고민의 결이 비슷했고, 깊은 마음 저편의 생각들이 책 곳곳에 묻어 있어 그녀로부터 많은 위로와 자극을 받았다. 그 당시, 서른세 살의 연수를 보면서 그녀의 나이가 된 나를 상상해 보았다. 연수처럼 여전히 고민의 기로에 서 있을지, 고민이 해결되어 있을지는 알 길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나는 올해 연수의 나이가 되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변화들이 조금씩 일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나는 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좋아하는 일 어떻게 찾나요?>라는 썸네일의 송길영 부사장님 영상을 보게 된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깊은 고민과 탐색을 해보세요.' 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영상을 본 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남아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강렬한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3년 전에 봤던 영상인데 아직도 모르겠네

(풉, 나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네?!ㅋㅋ)



마음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몇 년째 똑같이 등장한다. "좋아하는 일 하면 좋지. 나도 찾고 싶다고. 근데 그런 사람들은 진짜 몇 안되잖아. 행운이지 행운이야. 난 그냥 이 회사나 잘 다녀야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나랑은 먼 이야기이며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라는 것이 늘 반복되는 결론이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소수의 특권인 걸까? 나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작년에 회사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나와는 분야도 다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본이나 이익 따위에 굴복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고야 마는 사람들의 내면 혹은 행동의 동력이 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5년 전부터 품어왔던 질문이 그들을 보며 다시 한번 싹트기 시작했다. 일 위에 겹겹이 쌓인 일이 눈 앞에 있어도,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점들이 연결되는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나도 분명히 좋아하는 일의 접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어떤 갈증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고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걸까. 그들은 어떻게 일과 삶을 일치시키며 살고 있을까. 좋아하는 무수히 많은 일들 중에 왜 하필 그 일을 선택했으며, 자신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신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끝날 줄 모르는 물음표 행렬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더 열심히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들은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보내지 않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내 인생에 접목시키고 싶은 것을 기어코 찾아 내기 위해 열심히 기록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두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나는 그동안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움을 느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직간적접으로 경험하는 것이 획일적인 삶에서 벗어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필로스토리 북클럽에 참여했을 때 자영님이 두 번째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었다.


"삶의 레퍼런스를 다양하게 쌓아야 한다"


나는 앞으로 더 다양한 삶의 레퍼런스들을 내 인생에 오리고 붙여가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갈 생각이다. 당신은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에 대해 고민해 봤나요? 그리고 당신의 삶엔 얼마나 많은 레퍼런스들이 쌓여 있나요?  두 개의 질문에 대답이 망설여진다면,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 고민하기에 앞서 다양한 레퍼런스들 쌓으며 나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해 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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