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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May 13. 2021

콩나물국밥이 쏘아 올린 계란후라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아니다. 요즘 제일 꽂힌 음식이 뭐예요?"




 알게 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된 사람에게는 늘 취향을 묻게 된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든지, 취미라든지. 마치 거대한 광산에서 금을 캐는 분주한 인부들의 손처럼, 내 머리와 입은  나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상대방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J와 나는 점심을 먹으러 국밥집에 갔고, 식당 직원이 가져다준 메뉴는 콩나물 국밥이었다. 국밥 속에 퐁당 빠져있는 작고 노오란 날계란의 노른자를 보자마자 J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떠올랐다. 요즘 제일 꽂혀있는 음식이 뭔지 물어보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매일 먹어도 매일 먹고 싶은, 요즘 내가 꽂혀있는 음식을 말하고 싶어 그 질문을 던진 건지도 모르겠다.



 평생 살면서 제대로 요리 다운 요리를 해 본 일이 전무하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잘하는 요리를 물어본다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늘 비빔면이라고 대답해왔다. 라면 물도 잘 맞추지 못해 면을 넣고 나서도 계속 물을 덜어냈다가 다시 붓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라면과 다르게 비빔면은 물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 많건 적건 물의 양에 상관없이 일단 물에 면을 익혀둔 뒤에, 뜨거워진 물은 그냥 버려버리면 그만이다. 탱글탱글 잘 익은 면을 차가운 물에 열심히 씻고 물기를 탁탁 털어준 뒤에, 소스를 비벼주면 완벽한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된다. 비빔면이라는 제품을 누가 개발해낸 건지 똥손인 저도 만들 줄 아는 메뉴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늘에 대고 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얼마 전부터 만들기에 재미 들린 음식 하나가 생겼다. 그건 바로 계란후라이다. 떨어지면 깨질까 들고 있기도 겁나는 날계란은 흐르지 않게 톡톡, 껍질을 까는 일부터 쉽지 않다.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초고난이도의 장벽을 만나는 기분이다. 껍질이 잘못 깨져 버리면 먹기 전부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껍질을 와자작 씹는 찝찝함을 상상하며 요리를 하게 된다. 껍질이 데코된 후라이팬 위의 날계란을 보고 있으면 두 눈이 질끈 감긴다.


 계란후라이는 언제나 반숙으로 만들어 먹는다. 겉은 다 익은 것처럼 위장되어 있지만, 노르스름하게 위장된 부분만 발라내 입에 쏙 넣으면 톡 터지는 그 노른자의 고소함과 물컹이는 식감이 너무 좋다. 하지만 그렇게 반숙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번째 장벽을 만나게 된다. 바로, 뒤집기. 뒤집어야 하는 타이밍이 오면 일단 호흡을 깊게 들이쉰다. 잘 익은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본 뒤, 여기다 싶은 부분을 공략해 젓가락으로 후라이를 뒤집는다. 껍질을 까는 것도, 후라이를 뒤집는 것도 여전히 실패가 아닌 성공을 기원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껍질이 잘 까져서 껍질의 잔여물이 후라이를 덮치지 않고, 말끔하게 뒤집기가 잘 돼 반들거리는 후라이를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이상하게 희열감까지 느껴진다.


 그 어떤 요리도 못하는 내가 계란후라이 이거 하나는 할 수 있어!라는 왠지 모를 뿌듯함 때문에 계란후라이가 좋은 건지, 담백함과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조합 때문에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J에게 던진 질문에 그녀가 한 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역시 내 얘길 하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었던 것인가) 나는 계란후라이를 요즘 좋아해, 라는 대답에 나는 계란말이! 라던 그녀의 대답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한때 맛있는 계란말이를 만들기 위해 산마를 수없이 넣어봤다는 얘기를 들으며 계란후라이를 마스터하게 되면 꼭 계란말이를 만들어 보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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