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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Aug 20. 2021

오늘도 칸타빌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느낀 일할 때 가져야 할 태도






 대학교 시절 방학만 되면 일본 드라마와 대만 드라마를 새벽까지 봤다. 지금은 넷플릭스로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방에서 뒹굴거리며 세계 각국의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TV에 딸려있는 IPTV로 봐야 했는데 문제는 TV가 거실에 있다는 것이었다. 새벽에 부모님이 깨서 밖에 나올까 마음을 졸이며 새벽을 지새우며 정주행을 했던 귀여운 추억이 있다. 다양한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 중 나는 특히 일본과 대만의 것을 좋아한다. 나긋나긋하면서도 뼈 때리는 대사들이 많이 들어있거나, 병맛 요소들이 들어있어 진중히 보다가도 피식 웃게 된다. 일본 특유의 발음과 억양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며칠 전에 wave 영상들을 둘러보다가 <노다메 칸타빌레>를 발견했다. 그 시절 내가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는 일본 드라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름을 들으면 아 그 드라마, 하며 알겠지. 오랜만에 이 드라마나 한 번 봐볼까? 하며 킨 영상에는 아주 오래된 감성이 듬뿍 담긴 영상미가 가득했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음악 대학을 다니는 완벽한 남주 치아키와 사람 냄새나는 엉뚱하고 귀여운 노다메를 둘러싼 클래식 음악 이야기다. 칸타빌레라는 뜻을 찾아보다가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듯이'라는 뜻의 음악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여자 주인공인 노다메의 음악 스타일과 인생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을 이제와 새롭게 알게 됐다. 오늘부로 3회 차까지 보게 됐는데 내가 보면서 느꼈던, 그리고 글로 적고 싶던 내용이 제목 속에 모두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었다니 갑자기 너무 놀랍네.


 나의 뇌리 속에 강하게 자리 잡은 장면은 치아키가 처음으로 노다메를 레슨 해주게 된 순간부터였다. 교수님은 치아키와 노다메에게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습할 것을 권한다. 3일 동안 치아키는 노다메와 맹연습에 들어간다. 음정과 박자는 틀리지만 제멋대로 자신만의 감정에 푹 빠져 연주하는 노다메를 보며 치아키는 "정확한" 음정을 치라며 나무란다. "똑바로 하지 못해?!" "순 엉터리야" 하지만 3일 뒤, 교수님 앞에서의 마지막 합주를 마치고 나서 치아키는 교수님이 이 곡을 치게 한 깊은 뜻을 알게 된다.



 재능 있는 제자를 통해 순수하게 음악을 즐겼던 시절을 떠올리고 싶었던 모차르트처럼 치아키는 음악에 푹 빠져 연주하는 노다메를 보며 음악을 기계처럼 정확하게 연주하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치아키가 참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뭐든 계획적으로 철저하게 완성하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자꾸만 치아키와 오버랩되어 보인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꼼꼼해지고 엄격해진다. 프로페셔널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내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들을 몽땅 제거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완벽한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게 일해야 결과도 좋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던 터라 재미있게 누구보다 신나게 일하고 싶은데 막상 현업에 들어가면 그게 잘 안된다. 재미와 프로페셔널의 발란스를 잘 맞추며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며 느낀다. 마지막 회차가 되었을 때 치아키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마지막 회차까지 모두 본 뒤에 다시 한번 글을 써 보면 좋겠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영상도 한 번 감상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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