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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Sep 19. 2018

퇴근 후 양말을 벗을 때마다

나는 허클베리피가 된다






회사에만 도착하면 매일같이 집이 그립다. 뭐, 더 자고 싶어서 라는 이유는 당연할테고 엄마 밥이 먹고 싶어서, 엄마랑 놀러가고 싶어서, 아무생각 없이 무념무상 하루종일 멍때리고 싶어서 등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집에 가고 싶어지는 이유는 바로 옷을 벗고싶어서다. 특히 양말.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옷부터 갈아입는데, 우리 회사는 분명 자유복장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벗는 순간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세상 편한 청바지를 입었는데 도대체 왜 때문이지. 아무튼 옷을 다 갈아입고 항상 마지막 순서로 양말을 벗는다. 마스크맨의 초록 마스크처럼 양말이 발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순간 하루종일 온몸을 옥죄어왔던 의무감은 모두 사라진다. 양말을 벗는 순간 세상과 나는 분리되고 모든 집착과 욕망으로부터 해방된다. 그야말로 자유의 몸.





요즘 쇼미더머니777이 다시 시작되서 이런 저런 힙합 관련 영상을 찾다가 래뻐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허클베리피를 보게 됐다. 헉피는 프리스타일랩 실력자로 평소 나에게 ‘자유’의 상징인 래퍼 중에서도 ‘내가 최고’ ‘내 멋대로’ 라는 자심감과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허클베리피의 노래 박상혁, 난달라 들으면 느낌 옴)





그 프로그램에서 허클베리피라는 이름의 뜻을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이라는 고전에서 랩네임을 따왔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아이들 속에서 부랑아의 아들로 태어난 허클베리핀. 집도 없이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그런 생활을 하는 그 아이를 보며 자신이 생각하는 래퍼의 모습은 허클베리핀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그의 랩을 들을 때면 자유로움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구나.


내가 최근 가장 갈망하면서도 실현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자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생활. 그래서 그렇게 양말을 벗을 때마다 그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사회적 신분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만끽했었나 싶다.







뱀발.

꼭 가보고 싶은, 30초만에 매진된다는 헉피의 공연 ‘분신’

https://youtu.be/h7CXK11Obzs


좋아하는 헉피 예전 마이크스웨커 5회 영상 (1분 20초~)

https://youtu.be/2vRz35tR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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