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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l 25. 2018

스킨쉽에 민감해지는 계절

증오라는 감정의 기폭제, 폭염이라는 한 구간을 지나며






온몸을 짓누르는 공기의 무게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에는 37.5도를 웃도는 폭염 경보가 울렸다. 이동 거리는 최소한으로 줄어들었고, 실내 활동 시간이 급격히 많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과 겨울 중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질문에 어렵사리 하나를 선택해 여름이라고 대답을 해왔다. 더위를 크게 타지 않기도 했고, 푸르르고 울창한 풍경을 보며 싱그러운 에너지를 듬뿍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날씨가 매년 이어진다면, 과연 내가 계속 여름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중략) 여름 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추위는 사람과 사람의 열기로 얼마든지 녹일 수 있으나, 열폭적인 더위는 사람을 쉽게 무기력하게 만들며 증오라는 감정의 기폭제가 된다.

어제 밤만 해도 그렇다. 요즘 우리 집은 매일 에어컨을 틀어 냉기가 돈다. 그럼에도 이제 막 퇴근한 나의 체온은 내려가질 않았는지 엄마의 살에 내 살이 닿는 순간 엄마가 깜짝 놀라며 소스라쳤다. 아이고 뜨거워라!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스킨쉽에 민감해지는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부디 올 여름 소중한 사람들에게 열덩어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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