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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Oct 20. 2018

요즘 행복해요?

어느날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최근 한 달 간 나는 일상의 거의 모든 시간을 사무실 책상 위에서 보냈다. 출근은 아침 8시 10분, 퇴근은 평균 9-10시쯤. 일분 일초가 바쁘게 흘러가는 책상 위에서, 클라이언트의 전화를 받다가 엑셀파일에 스케줄을 정리하다가 PPT에 콘텐츠 보드를 정리하다가 옆자리 친구들의 질문을 듣다가, 팀장님이 물어보는 일들을 처리하다가, 방금 전에 뭘 하고 있었는지 깜빡 잊을 정도로 쉴 틈 없이 시간은 지나갔다.



한동안은 꺼지지 않는 스위치 때문에 집에서도-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까지- 자꾸 해결되지 않은 일 생각이 떠올랐다. 머리는 지끈지끈했고 온종일 머리에서 열이 나는 것처럼 뜨거웠다. 점심 저녁을 내 밖에서 먹다보니 엄마의 따뜻한 집밥이, 가족들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먹는 식사 시간이, 귀여운 조카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한참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로 안부를 묻던 중 그가 툭 물었다. “예시씨 행복해요?”


2년 전의 나였다면 단호박처럼 대답했을 것이다. 아니오. 전 행복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죠? 물에 빠진 솜처럼 몸 속으로 침투하는 물을 온전히 삼켜내며 가라앉고 있었을 것이다. 인생은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 차야 하며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한 인생이라 믿었다. 행복을 좇던 마음은 독이 되어 나를 더욱 수렁 속으로 밀어 넣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행복한 삶을 좇을수록 나는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난 완벽한 행복이란 없다고 믿는다. 가끔은 힘이 들기도 좌절하기도 바쁘기도 할 테지만 그런 고통은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동력임을 믿는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들때면 울분을 토하며 찡찡거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하지 않다는 말 대신 대답한다.



그저 현실을 충실히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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