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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회사라는 감옥

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by 예시






#04 회사라는 감옥


업무에 대한 불만이 생기자,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한 안 좋은 생각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깜깜한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고, 매일 출퇴근 전철을 좀비처럼 타고 다니면서 하루 9시간 꼬박, 아니 그 이상을 회사라는 공간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옥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주 난, 이런 일상에 환멸감을 느꼈다. 매일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반복하는 내 모습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에 누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흘러가는 로봇이 된 것 같기도 했고, 한 공간에 갇혀 자유라고는 없이 생활해야 하는 감옥 속에 갇힌 죄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 30년은 더 넘게 일을 해야 할 텐데, 이런 생활을 30년을 반복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면 끔찍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었다.



언젠가, 집에 돌아오는 전철에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철 문에 기대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전철이 달리는 동안은 깜깜한 암흑이 눈 앞에 펼쳐졌다가, 간간히 역에 멈출 때면 건너편 승차장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전철은 하염없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영원히 이 창문 안에 갇혀 살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좁은 공간 밖으로는 나갈 수도 없고,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타인과는 어떤 접촉도 할 수 없고, 이 공간 안에서 다른 세계는 경험할 수 없도록 꼭꼭 갇히게 될 것 같은 두려움.


그뿐이 아니다. 나는 한낮의 햇살을 좋아하는데 매일 퇴근하고 나면 하늘은 이미 깜깜해져 있었다. 그건 아침도 마찬가지였는데. 우리 회사 출근 시간은 8시. 나는 안양에서 논현까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 6시 40분에는 집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새벽과 아침 그 사이. 겨울이면 그 고통은 극에 달하는데, 영영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암흑 속을 헤집고 일어나려면 강인한 정신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암흑 속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와 뚜벅뚜벅 길을 걷고 있는 내가 나 스스로도 느껴질 때면 그렇게도 불쌍할 수가 없었다. 식물도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잘 자라는 것처럼, 우리도 충분한 빛과 맑은 공기가 필요한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삶의 기본적인 자양분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왔다.




답답했다. 그 누가 나를 이런 상황으로 가두어 둔 것도 아니었다.

왜 나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왜 나 스스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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