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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by 예시






#06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살았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언니의 영향이 컸다. 언니는 한국 무용수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며 예술고-한예종을 거쳐 무용단에 입사해 몇십 년째 무대 위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몸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나는 평생 무대 위에 있고 싶어"


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에 푹 빠져 평생 그 일을 즐겁게 하는 언니를 보며 자라서일까. 나도 좋아하는 일을 꼭 찾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잘 찾아지지 않았다. 언니와 애초에 성향이 다른 탓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다양한 것들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았다. 피아노 대회에 나가거나 바이올린을 배우며 오케스트라단에서 연주를 하고, 영어를 배우고, 한자 자격증을 따고, 서예를 배우며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한 가지만 깊게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반면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마음 또한 공존했다. 이제 난, 나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건 평생의 숙제와 같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 같은 것.






이러한 연유로 내가 꿈꾸었으나 아직 살아내지 못하는 삶 - 자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열정을 가지고 쫓는 사람들-을 만나면 금방 마음을 빼앗겼다.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 같은 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이라부 오빠는 내가 한 때 꿈꿨던 공연 사업을 하고 있다. 수원의 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살롱 공간을 운영한 지 이제 꽤 되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을 걷는 것을 거부하는 대신, 조금은 더디더라도 그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간다. 새벽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친구들과 그들의 아지트에서 앨범을 만들고, 모임을 만들고, 공연을 위한 사업 구상을 한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숨어있는 인디밴드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음악제에 그가 구상한 공연들을 올리며 누군가는 힘들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까지도 감내해야 할 당연한 일로 여기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를 볼 때마다 나는 갖지 못한 용기와 패기, 열정이 부러웠는데 얼마 전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읽다 보니 그로부터 나는 불안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것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준거집단, 즉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 설사 웃풍이 심하고 비위생적인 오두막에 살면서 크고 따뜻한 성에 사는 귀족의 지배에 시달린다고 해도 우리와 동등한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이 사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조건은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쾌적한 집에 살며 편안한 일자리로 출퇴근한다 해도 경솔하게 동창회에 나갔다가 옛 친구 몇 명이 아주 매력적인 일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우리 집보다 더 큰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왜 이리 불행하냐는 생각에 시달려 정신을 못 가누기 십상일 것이다. (...)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중에서


우리는 우리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으로부터 불안의 감정을 느끼는데,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물질적 성공을 통한 불안이 생길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 성공이라는 기준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행복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자유였던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괴리감을 겪고 있던 터에 나는 이라부 오빠처럼 하고 싶은 일만 오롯이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불안을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떡만 커보이던 그 시절,

그 시기에 내 머릿속엔 온통 이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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