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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좋아하는 일, 나도 한 번 해볼까?

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by 예시






#07 좋아하는 일, 나도 한 번 해볼까?


회사를 다니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큰 재미를 느꼈다. 내가 만든 콘텐츠에 반응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로부터 되려 내가 에너지를 받았다. 첫 직장이 어디인지, 무엇을 처음에 배웠는지는 살아가며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인턴부터 신입사원이던 시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나는 사진을 찍고, 캘리를 연습하고, 글을 썼다. 그 기간을 통해 나는 사진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해당 분야를 전공한 사람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이나 부족한 실력이겠지만 배워간다는 기쁨과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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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벚꽃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들
요가 파우치를 만든 지선을 위한 파우치 제품 사진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 남들로부터 잘한다는 칭찬을 받거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뚜렷할 때 기쁨은 배가 되고 그 일에 대한 자신감은 커진다. 지선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것보다 더 큰 동기부여를 내게 주곤 하는데 "예시야, 너 사진 진짜 많이 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사진 찍는 걸 봐온 그녀는 곁에서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꼬집어 주곤 했다. 그녀 외에도 "너는 사진을 잘 찍으니까" "너는 너만의 감성이 있어"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진, 그리고 글에 대한 마음은 내 인생에 큰 의미로 점점 자리 잡아갔다.


내 주변 사람들의 젊은 시절을 남겨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젊은 날의 기록'이라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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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중 9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우리. 이 9시간을, 아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내 인생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꿈을 품어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하는 매거진 에디터에 도전해보기도 하고, 사진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하고 싶은 일들을 쌓아나갔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 감사하게도 "사진 배워서 아예 사진 쪽으로 전향해 보면 어때?"라는 제안을 받았다. 너무 좋아했던 사진이었기에 마음이 요동쳤다. 지금 하는 일과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아직 유치원 꼬꼬마 같은 사진 촬영 실력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해도 괜찮을까 싶은 마음과 동시에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팁들을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라면 평생 행복하게 재밌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쯤, 업으로서의 사진작가를 아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친구에게서 친한 지인의 웨딩 사진을 서브 작가로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너무 친한 언니니까 꼭 예쁘게 잘 찍어줘야 해라며 친구는 나에게 당부했고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님은 잘 부탁해요 라며 소정의 비용을 사전에 먼저 건네주었다. 미리 전달했었던, 그동안 내가 찍었던 사진들은 아주 밝은 야외였는데 어두운 식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웨딩 사진 촬영을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어떤 구도가 예쁠지, 조명에 맞게 예쁘게 나올 수 있는 팁 같은 것들을 알지 못했다. 아무리 서브작가라고 하더라도 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사진을 예쁘게 남겨주고 싶었는데 사진은 결국, 생각했던 대로 잘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보정을 했는데도 사진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친구도 아쉽다는 듯 답장을 보냈다. 누군가의 돈을 받고 일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얼마나 큰 책임감과 부담감이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찍은 웨딩 촬영이었고, 경험을 더 쌓아나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겠지만 좋아하는 일마저도 부담과 책임감에 휩싸여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좋아하는 일은 즐기면서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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