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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by 예시






#10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회사에서는 불안정했던 내 마음을 눈치챘던 걸까. 내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주었다. 그 기간을 포함해서 대표님과 최종 면담을 하기 위해 문을 열던 순간까지도 내 마음의 변덕은 들끓었다. 내 생애 이런 최고조의 내적 갈등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 나이 서른 하나. 회사를 다니는 나와 같은 직장인들은 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다니며 삶을 살아갈까? '이 나이 정도면' 이라며 으레 사람들이 생각하는 획일화된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들이 싫다. 우리는 왜 시간의 지배를 받아야 할까? 내가 아직 백수라면 직장을 가지라고 할 것이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강요당할 것이고, 아기가 없다면 출산을, 아기를 낳으면 또다시 아기에게로 시간이라는 숫자의 압박은 고스란히 대물림 된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암묵적인 시선들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불편한 건 아무도 그렇다고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어림짐작 사람들은 그렇겠지, 라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 자신이었다. 어떤 도전이나 설렘도 이제 안돼라며 스스로 주저하는 상황 말이다. 어른들의 세계는 어려운 것이라고. 지켜내고,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자유를 잃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아무 계획도 없는 무모한 멈춤의 시간을 택하기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회사에 남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동안 꽤 괴로웠다. 아, 나도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구나. 나는 왜 용기라는 것이 없는 걸까. 세상에 지고, 나 스스로에게 진 것 같았다. "쟤는 바보야 바보!" 남들이 나를 향해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 내 선택을 존중해주고 책임질 수 있도록 실천하자고 생각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머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제대로 해야 해'라고 계속 명령을 내리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할수록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 집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시선이나 말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됩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쓸데없는 노력을 멈추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비결입니다.

- 코이케 류노스케, <있는 그대로의 연습> 중에서


그 시절의 나에게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글처럼 타인과는 다른, 나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과 다르게 나는 안정적인 걸 추구하며, 불명확한 모험보다 어느 정도의 계획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회사가 너무 싫다고 그간 생각해왔었는데,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회사에 감정적 애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오랜 시간 가족처럼 동료들과 일해 오면서 쌓인 애착관계가 컸나 보다. 돈이 많았다면 지금 이 회사를 손쉽게 그만둘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YES라고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딱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것들이 사실 이 세상에는 참 많다. 회사를 그만두느냐 라는 문제는 이처럼 나에게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걸 인정하고, 내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마음먹자 나는 최근 몇 년간 암흑 속을 떠돌던 방랑자에서 벗어나 180도 바뀐 하루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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