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일이 너무 버거웠던 시절, 나 한 몸도 가누기 힘든데 내가 누굴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일단 나부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무얼 가르쳐줄 수 있을까 하면서. 이제 곧 연차는 쌓일 테고, 점점 후배들은 많아진다는 사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것만큼이나 부담스러웠다.
퇴사를 한다고 난리 쳤던 5월도 어느새 지나가고,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나는 팀 내에서 유닛장이 되었다. 팀원들이 너무 많아서 팀장님이 한 명, 한 명 세세하게 케어할 수 없으니 2개로 유닛을 나눠서 케어해보자는 생각에서 팀장님이 제안했던 것이었다. 그동안의 지내왔던 회사생활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냥 유닛이 구성됐다는 사실 정도. 나 하나도 버겁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유닛장이 되고 보니 생각과 다르게 마치 한 집안의 가장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유닛원들 한 명 한 명이 어미새의 먹이를 기다리는 아가 새들처럼 소중하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나에게 도움을 청했고, 모르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최대한의 답변을 해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앞선 회사생활을 보내며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이 고민이 생겼을 때, 내가 위로가 되거나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어느 날, 함께 일하는 S가 자신이 쓴 글을 보내왔다. 함께 일하며 내 편을 만났다는 내용이었는데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 못지않게 나는 올해 S를 만나면서 참 많이 바뀌었다. 이 친구가 모르는 부분을 내가 잘 알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AE라는 업무를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는 내가 싫어했던 일까지도 모두 감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였고, 아직은 부족한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일 수 있구나 라는 존재의 의미까지도 되새길 수 있도록 해 준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좀 무섭기도 하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절대 배우고 싶지 않은 나쁜 습관까지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울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생활이 그저 일만 했던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언젠가 뒤돌아 보았을 때 즐거웠던 한 자락의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