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강용 Jan 24. 2024

어느 여사장님의 청소학개론

그래서 청소를 해요!

그래서 청소를 해요!



한껏 부픈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한 나의 1 청소창업 초창기 일상은 예상과 달리 전혀 순탄치 않았다. 청소에 대한 전문 지식도, 현장 경험도 없이 창업부터 시작한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노심초사하며 혼자만의 지루한 '사장님 놀이' 하고 있던 어느 날에 잠잠하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청소 일자리 구하시나요?"

"네, 맞습니다."

"혹시 오늘부터 바로 청소일을 하실 수 있나요?"

"그렇긴 한데... 오늘부터라고요?"

"죄송한데 제가 지금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요.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기로 하고 문자로 주소 남겨드릴게요. 저녁 7시에 거기서 봬요"


 인사나 본인 소개는커녕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수는 얼마인지 등의 말은  생략된 전화통화. 급하게 전화를 끊은  문자로 약속 장소와 시간만 보내왔다. 갑작스럽고 다소 황당한 구인 전화를 끊고서 나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생각했다. '혹시 장난 전화 아닐까?'하고  번을 생각하면서도 혼자 머리 아프게 '사장님 놀이'하느니 속는  치고 바람이나 쐬러 다녀오자 라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문자로 보내준 지식정보타운 복도에 도착했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40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청소하러 오셨나요?"

"아... 네, 전화주신 사장님이세요?"

"맞아요! 아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장님, 사무실 청소 해 보시적 있으시죠?"

"아, 그게... 죄송합니다! 저 사무실 청소는 처음입니다."


 사무실 청소 경험을 묻는 사장님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먼저 뱉어졌다. 들키고 싶지 않은 초보 울렁증이 또 발동한 순간이다. '망했다! 경험이 있다고 말할걸'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마치 환청인 것 같은 말이 고막에 울렸다.


"너무 다행이에요! 저는 처음 청소일을 하시는 분 들하고 일하는 걸 좋아해요"

"아, 그러세요? 많이 알려주세요. 사장님!"




 그렇게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사장님과 함께 사무실 청소를 진행하였다. 하루 이틀은 어떻게 청소를 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시키는 일들만 했다. 삼일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던 것 같다. 일도 어느 정도 익혔고 서로 서먹함도 덜하게 되어 청소 중간중간 사장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저...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이런 사무실 청소하면 얼마나 버세요? 사장님 사무실은 어디에 있나요?"


"저는 사무실이 따로 없고 부업으로 청소를 해요. 낮에는 직장 다니다 보니 밤에 하는 정기청소가 저한테 부업으로  좋더라고요. ! 그래서 그때 사장님께 전화한  직장에서 전화를 드려서 급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어요. 수익은 ... 낮에 직장 다니는 만큼은 버는  같아요. 이렇게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열심히 일하고  정도면 괜찮은 부업 아닌가요? 500만원을 벌고 싶으면 500만원어치 계획과 실천을 하면 되고, 1,000만원을 벌고 싶으면 1,000만원어치 계획과 실천을 하면 이루어지는게 청소일 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일을 해요...."


  그렇게 여사장님의 '청소학개론' 한참 동안 이어졌다. 청소를 업으로 삼겠다고 다짐한 내가 부업으로 청소를 하는 사장님의 진정성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니 한심스럽다. 그날 이후 나는 청소 경력이 어떻고, 청소 초보자라서 어떻고 하는  스스로 만든 콤플렉스(complex) 정중히 거절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창업가로서 마음을 다지기로 결심했다. 현장 경험이 없는 초보라서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던 창업가로서의 마인드가 문제였다는  그때서야 깨달은 것이다.




 함께 일하기로 약속한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가끔 사장님 현장에서 일을 도울  있었고 청소방법, 홍보방법 등을 배울  있었다. 그녀와 함께한 일주일의 시간이 나에게 디딤돌이 되었고 내가 1 청소 창업자로서 성장할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오늘도 '1,000만원어치 계획과 1000만원어치의 실천' 한다.




<청소학개론> '청소부의 티끌 모아 걱정 태산'

 1인 청소 기업 창업은 치킨집, 커피전문점 같은 요식업 등의 사업에 비해 비교적 창업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많은 자본과 사무실이 없어도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청소업을 시작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청소 창업을 준비하고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창업을 준비하는 우리도 그중  사람일 뿐이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 같은 마인드를 갖고 똑같은 방식으로 청소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남들도 망하니까 나도 망해도 돼'라는 발상과 같다. 그럼, 우린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을 보면서 생각해 보자. 사진은 바닥청소를 마친 후 찍은 애프터(after) 사진이다.

'티끌은 태산같이 큰 적으로 다시 찾아온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티끌같이 작은 종이 조각이 보일 것이다. 사진을 보면서 작은 종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청소 창업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우리는 고객이 요청한 청소를 진행한 후 그 대가를 지급받는다. 즉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란 말이다. 청소업을 창업하여 성공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스스로 거절해야 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티끌 같은 먼지를 그냥 남긴다면 태산같이 큰 적으로 나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청소 업체는 너무도 많다. 고객에게 내가 가진 장점과 차별화를 어필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후 생각할 문제이다.


ㅣ청소학개론 사진첩ㅣ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기꺼이 맞는다! 나는 청소부이기 때문이다!  

-윤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