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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용 Jan 20. 2024

'나는 청소부로 살기로 했다'

"이봐요 윤형, 걸레질은 해봤어요?"

 "이봐요~ 윤형, 걸레질은 해봤어요?" (인생의 봄날이 되어준 청소)


별 전문 지식도 경험도 없이 무턱대고 청소 일을 시작하며 많은 어려움과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한동안은 괜찮은 척, 담담한척하며 초보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던 생각이 난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막막했던 것 같다.




  "이봐요~ 윤형, 걸레질은 해봤어요? 하루 종일 청소할 겁니까? 이래서 초보를 안 쓴다니까!" 후배의 소개로 처음 경험한 청소현장에서 함께 청소를 하던 사장님이 호통치며 나에게 한 말이다. 순간 현장에서는 초보를 잘 안 쓴다는 후배의 말이 오버랩되며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상황이라면 웃으며 여유 있게 "아이고~ 사장님, 성격도 참 급하시네요!"라고 말하며 넉살 좋게 받아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난 머릿속이 텅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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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오전 작업을 마친 후 점심시간, 먹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내려놓고 잠시 틈을 내어 쉴 수 있었다. 그때 현장에서 함께 청소를 하던 선배 기사님이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괜찮아요! 저 사장님, 현장에 초보자만 오면 늘 저렇게 장난을 치세요. 무슨 일이던 처음에는 그렇게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겁니다.”라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선배 기사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동기부여가 되어 나 스스로 한발 더 내딛는 용기로 이어진 것 같다. 




 계절의 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다가오지만, 나 자신의 봄은 나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화창한 내 인생의 봄 날을 기대하며 나는 청소부로 살기로 했다. 나의 도전과 성장이 예전의 나처럼 또 다른 일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용기와 응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ㅣ청소학개론 사진첩ㅣ어설픈 비장함

내생에 첫 번째 청소 현장 (물탱크청소), 나는'청린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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