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테크 토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예신 Apr 30. 2023

달러의 숨은 심복, 스테이블코인

Stablecoins: Hidden henchman of Dollars

최근 유튜브나 언론 매체들은 입을 모아 달러 패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한다. '달러 패권'이라고만 검색해도 미국과 달러의 위기를 진단하는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대체로 위안화의 국제 결제량이 증가하고, 중국이 미 국채를 매도하고, 미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과 달러의 위상이 흔들거리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물론 미국은 그리 쉽게 흔들릴 나라는 아니다. 미국의 보유 자원,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즘 돌아가는 국제정세는 미국에 꽤 불리해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처한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발 인플레 불씨를 잡으려 고금리 정책을 펼치다보니 시중 은행상업용 부동산에 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채권 문제도 심각하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으려면 보유한 자산(채권)을 매도해 시중 달러 유동성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주요국들이 미국 달러와 채권을 보이콧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각국이 사주기는 커녕 팔아치우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가령, 미 국채 시장의 ‘큰손’ 중국은 지난 10년 내리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2014년 초 1조 3,000억 달러에서 2023년 1월 기준 8,600억 달러까지 줄였다.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까지는 미 국채를 연속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도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작년에 미 국채를 대량 매도했다. 한마디로 현재 미국의 입장은 난처하다. 고금리 기조로 달러도 흡수해야 하고 미 국채 시장도 안정화해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제를 짊어진 미국에게 스테이블코인은 꽤 괜찮은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달러 패권의 암묵적 파트너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너무 과장된 해석이라고 말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메커니즘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중의 달러를 흡수하는 일종의 '스펀지'이자 미 국채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Source: BFA Global)


보통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팔 때 주로 사용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가격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증권계좌의 예탁금처럼 거래소에 예치해 둬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원리를 살펴보자.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 1개를 발행하면, 이론적으로 시중의 1달러는 발행사 계좌로 들어간다. 즉, 달러가 흡수되는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발행사들은 달러의 대부분을 가지고 미 국채에 투자한다. 


현재 시장 점유율 기준 3대 스테이블코인인 USDT, USDC, BUSD는 모두 달러 기반이다. 각 코인 발행사들이 보유한 전체 미 국채 물량은 올해 초 기준 약 580억 달러(75조 원)다. 전체 미 국채 발행 잔액(23조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짐에 따라 발행사들 보유 국채 물량은 국채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규제 당국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취할 방향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테더(Source: Cryptoslate)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규제 당국이 스테이블코인과 준비금과의 1대1 매칭 여부를 감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달러의 디지털 등가물로 인정해준다면 미국에게는 거의 확실한 이득이 될 수 있다. CBDC 개발에 대한 부담도 덜고 디지털 통화 시대를 주도할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디지털  얼마 전 미국 하원에서 공개한 스테이블코인 법안 초안을 보면 연준의 관리 감독 체제는 높은 확률로 시행될 것 같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 80년간 달러 패권을 공고하게 지켜왔다. 미 규제 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알 것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실 미국 달러 패권의 전략적 파트너는 점을 말이다. 시중의 달러 유동성도 흡수하고,  국채도 사주는 스테이블코인 미국이 내칠 이유가 없다. 


만약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을 포섭하고 길들여 달러 패권을 다시 강화한다면, 금융사에서 흥미진진한 모습이 펼쳐질 것 같다. 다만, 정치권의 규제가 그렇듯 양당이 정치적 샅바 싸움을 하느라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를 지지부진하게 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ChatGPT는 오리지널할까? - 흥미로운 관점 소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