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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신 May 04. 2023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달러 쏠림 현상

U.S dollar hegemony in stablecoin market

직전 아티클에서 나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이와 약간 결이 다른 얘길를 해보고자 한다. 달러 지배력이 매우 강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좀 더 다양화되길 바라는 바람으로 이 아티클을 작성한다.


*직전 아티클 읽기: 달러의 숨은 심복, 스테이블코인


2023년 4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미국 달러 독점 시장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현재 유통 중인 80종의 스테이블코인 중 53종(65%)은 달러 기반을 표방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USDT, USDC, BUSD 단 3종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 시가총액(약 1,300억 달러)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현실 세계의 기축통화 미국 달러가 지닌 헤게모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오늘날 미국 달러의 위상은 쉽게 부정하기 힘들다. 최근 달러 가치에 대한 이슈들이 제기되곤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국, 달러 그리고 미 국채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가지는 위상에 대해 의심치 않는다. 달러 가치에 대한 압도적 다수의 믿음은 오랫동안 달러를 떠받치는 단단한 펀더멘털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펀더멘털이 웹3 생태계에서 상품화 형태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시가 총액 그래프(출처: 코인게코)


하지만 이렇게 달러 쏠림 현상이 강한 독점 시장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생태계 다양성의 부족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리스크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인 2021년을 기준으로 대략 3년 정도된 초기 시장이다. 그런만큼 훨씬 다양한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들이 더 많은 실험과 경합을 벌일 필요가 있는 시장이다(물론 테라 같은 사례는 등장해선 안 되고, 이를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필자는 간주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시장은 마치 이미 한 가지로 결론이 난 모양새다. 겨우 3종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들을 보면 대부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기축통화로 삼고 있다. 가령, 바이낸스 같은 경우 USDT, BUSD, TUSD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으며 오케이엑스와 바이비트는 USDC, USDT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치 저장과 거래 매개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Dollar hegemony (출처: China Daily)

물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독점 현상은 시장의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달러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이에 따른 자연적 쏠림 현상을 완전히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 준비자산을 관리하는 은행에 재정 이슈가 생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월 SVB 사태 때 USDC 가격이 디페깅된 사건을 생각해보라. 미국 달러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문제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휘청거릴 수 있음을 모두가 목격한 바 있다.


만약 달러 이외에도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등 여러 건실한 통화를 준비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충분한 규모로 활성화돼 있다면 어떨까? 일본 미쓰비시 은행에 엔화 준비자산을 두고 있는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UBS에 스위스프랑 준비자산을 두고 있는 스위스프랑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어떨까? 고객은 달러 외에 다른 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함으로써 리스크를 훨씬 더 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네이티브 자산이자 또다른 시장 창출 기회다. 현실세계에선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지털 세계는 또다른 시장이다. 달러 대비 결제량은 적지만 안정적 가치를 유지하는 통화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덧입고 디지털 금융 시장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기반 통화뿐 아니라 유통 체인의 개수, 준비금 운용 방식, 외부감사 여부, 온오프램프 편의성, 보안 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이 지점에서 경쟁력만 있다면, 달러가 아닌 통화라도 기축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인기를 얻지 못할 이유는 없다.


건실한 가치를 지니는 통화는 사실 미국 달러 외에도 많다. 예컨대 스위스프랑, 유로화, 홍콩달러는 당국의 통제 아래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들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되 유통 체인, 준비금 운용 등에서 USDC나 BUSD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춘다면 어떨까? 아마 국제결제시장에서 새로운 효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스위스프랑과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출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센티(Centi)의 CCHF와 소시에테 제네랄 산하의 EURCV가 그 주인공이다. 이 소식은 스위스프랑과 유로화가 상품성이 있는 통화이자 준비금으로서도 건실하다는 방증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발행사들이 애초에 두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뉴스는 국내에선 별로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달러 외에 여러 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고 성장하는 것은 생태계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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