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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pr 15. 2024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엄마가 목숨처럼 소중히 지키라고 했지?'


아파트 계단에서 초등저학년인 듯 한 딸아이를 세워두고 젊은 엄마가 야단을 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학용품을 분실하고 왔나 봅니다.

울상을 하고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딸아이에 비해 요참에 버릇을 고치려는 듯

젊은 엄마의 표정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작은 여자아이는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요?

그것이 무엇이었건 간에 목숨하고 바꿀 수는 없을 텐데요.

아이 본인이 제일 속상할 텐데, 젊은 엄마가 세상 가장 분한 표정입니다.


저희 집 아이들도 어릴 적에 비가 오면 우산을, 학원 가면 필통을, 지하철 타면 가끔은 아이팟도 그렇게 두고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속상했지만 커 가면서 부주의한 자신의 성격을 잘 알기에 더욱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류시화 님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 카프카의 일화를 소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카프카가 독일에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만난 어린 소녀와의 이야기입니다.

베를린에서 만난 한 어린 소녀는 인형을 잃고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카프카는 소녀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너의 인형은 긴 여행을 떠났다'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여행을 떠난 인형을 대신해 매일 정성껏 편지를 써서 소녀에게 읽어줍니다.

카프카는 소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최선을 다해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소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카프카는 새로 산 인형을 소녀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이건 내 인형과 전혀 닮지 않았어요.'


소녀가 이야기하자,


'여행이 나(인형)를 변화시켰어.'


라고 카프카가 대답해 주자 소녀가 인형을 받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남편이 제주도 출장을 다녀오며 테디베어 곰 인형을 사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갖고 싶었던 브라운베어였다며 좋아서 들고 다니더니 결국 아파트 상가 어디선가 잃어버리고는 세상 다 잃은 듯 울고 집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게 그 소중한 걸 왜 들고 다녀서 잃어버렸니.' 하는 마음이었지만 겉으로 말은 못 하고,


'찾으러 가보자, 어딘가에서 테디도 널 찾고 있을 거야.'라며


한참을 아파트 상가며 이 녀석이 돌아다닌 코스로 찾아 헤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도 카프카처럼 멋지게 테디베어는 멀리 여행을 갔다고 얘기해 주고 편지를 써줄걸 그랬나 봅니다.

결국 찾지 못했고 속상해했지만 후에 핑크색 테디베어를 다시 선물 받았다죠.


우리는 늘 실수를 하며 살아갑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엎질러진 물 앞에서

우리가 대하는 자세는 많이 다릅니다.

이것을 계기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인생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수를 통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사람은 인생의 꽃이 피고 아름다워지겠지요.


내 인생의 여행을 나 스스로 인도한다고 믿고 살지만 가끔은 누군가의 사소한 한 마디로 방향이 바뀔 때가 있습니다.

특히 부모의 말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겪어 갈 인생의 여행에 큰 지침이 됩니다.

힘들어하는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겠죠.


'넌 분명 잘해 낼 거라고, 내가 너의 뒤에서 늘 지켜볼게'


이런 말이나 짧은 글들은 누군가의 힘든 여행에 작은 위로와 힘이 되겠죠.


카프카는 편지를 써서 소녀의 슬픈 영혼을 위로하였으니 훌륭한 예술활동을 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이 있을까요.

우리의 말과 글이 그러한 힘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여행을 안내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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