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순간들, 1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오늘도 길을 걷고, 일상을 살다가 생각이 머물렀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런 시간들이 더 많아지네요.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들입니다. 여전히 관계 속에서 떨칠 수 없는 생각들도 많습니다.
이번주에는 아버지의 수술소식으로 머리가 복잡했고, 아이들이 맞이한 여름방학에 잠시 휴가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브런치의 글들을 읽으며 작가님의 생각들을 엿보기도 하였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유명인들의 스캔들과 마약이야기를 접하며 화려한 것 같지만 어두운 이면을 알게 됩니다.
그러한 생각이 머무는 매 순간에는, 그리움, 오해, 아픔, 여유, 기쁨, 감동, 실망들이 함께 합니다.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웃기도, 아파하기도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저녁에 있을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동안의 일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6월의 런던 거리를 걷는 소설 속 인물들의 다양한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 순간들을 통해 왁자지껄한 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거리의 모습도 묘사하지만 인물들의 마음속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줍니다.
울프는 이 순간을 존재의 순간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순간이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지나온 시간의 수만 조각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하루를 지내면서 가장 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업다운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사건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대전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막 적응하던 때였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에게 놀이동산은 정말 천국 같은 곳이죠.
대전에는 마침 꿈돌이동산이 있었습니다.
놀이기구가 많진 않지만 어린아이들에게 맞춤형 바이킹이며 범퍼카등, 놀거리가 다양했습니다.
아침부터 신이 난 아들, 또래보다 발달도 유달리 빨랐던 녀석을 저희가 너무 과소평가했던 걸까요
입구에서 표를 사고 불과 몇 미터 지나지 않아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인파 무리 속에도 없고, 막내딸의 손을 잡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저보다 더 당황한 남편은 발 빠른 개구쟁이 녀석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잃어버린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를 찾는다는 방송을 하고 머릿속으로는 별의별 무서운 생각을 하고 오만가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그때 남편이 놀이동산 주차장에 우리 차로 가보자고 했습니다.
평소에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모양만 보고도 척척 자동차 모델을 맞추던 녀석이 어쩌면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차 옆에 작은 꼬마아이가 화가 단단히 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자기를 왜 혼자 두고 이제 왔냐고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방송을 하고,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녀석이 주차장에서 떡 하니 서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왜 주차장에 서 있었냐 물었더니, 아빠가 혹시 길을 잃으면 원래 있던 곳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라고 했다는 말을 했어요.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던 생각들이 반가움으로 다시 놀라움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습니다. 무심한 듯 툭 하고 건넨말에 아이들은 이렇게 야무지게 기억을 하고 있었네요.
그렇게 손을 잡고, 절대 혼자 다니면 안 된다 주의를 주었습니다. 이후에는 안그랬냐구요, 그럴 리가요 ㅠ
두 번이나 더 없어졌고, 그때마다 주차장 우리 차 앞에서 또 해후했습니다.
잃어버릴 때는 똑같은 두려움을 느꼈고, 그 자리에 있을 거야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어쩌면 잘못됐을까 걱정과 두려움, 발견하고 느낀 안도와 왜 또 사라졌니라는 원망, 놀란 마음을 도돌이표 하듯 느낀 놀이동산의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힌 책은 '페스트'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다고 댈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책의 첫부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문장을 따라, 미국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보자는 뜻에서,
손소독제는 자기가 직접 만들겠다고 델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마스크는 자신이 직접 사겠다고 델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라는 말들이 패러디되었다고 합니다.
책의 첫 장을 넘겼을 때 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온 문장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이기에 스스로 자신의인생을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저에게는 다가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만가지의 생각이 지나가는 순간들을 살아가면서 불현듯 생각난 소설이었습니다.
오늘 어떤 생각들로 순간들을 채우셨나요?
그 순간들에 어떤 감정들이 함께 했겠죠.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 우리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분들이겠죠.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은 상반되지만 공존하듯이, 우리 삶속에 함께하는 여러 감정들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며 순간을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