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 너무 아깝다"라고 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내가 만난 청년작가들은 그들의 젊음이 절대 아깝지 않은 청춘들이었다. 거침없이 도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 던지는 진정한 젊음을 누리고 있었다.
제주에서 틈날 때마다 체크하며 공연을 보러 갔던 곳, 바로 제주아트센터이다.
이번에 본 공연은 양손프로젝트의 '파랑새'였다. '비움으로써 채운다' <양손프로젝트>의 모토처럼
두 명의 배우만이 무대 위에서 서술하고, 묘사하고, 표현하고, 배경이 되어 파랑새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제주아트센터의 연극공연은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작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라는 동화를 기존연극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기획한 작품이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와 볼 수 없는 세계, 삶과 죽음, 두배우의 대사와 몸짓만을 따라 미지의 세계로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텅 빈 무대에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이렇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요정이 틸틸과 미틸에게 찾아온다.
요정의 부탁으로 틸틸과 미틸은 파랑새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 묘지, 행복의 정원들을 지나며 틸틸과 미틸은 수없이 많은 영혼과 존재들을 마주한다. 두 배우가 틸틸과 미틸이 되기도 하고, 개와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어릴 적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영혼이 되기도 한다. 틸틸과 미틸이 죽은 영혼들을 마주했을 때, 문득 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먼저 천국으로 보낸 사랑하는 영혼들이 떠 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것은 그만큼 몰입의 힘이 컸기 때문이리라. 기대하지 않고 갔던 연극이어서였을까,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하였고, 연극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 작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예술의 힘은 대단하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어릴 적에 읽었을 때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파랑새로 상징되는 행복은 네 주위에 늘 있단다.' 정도로 알았다. 하지만 이번 연극을 통하여 '너의 행복을 네가 발 딛고 서있는 일상에서 찾아라'에 더해서 '그 행복을 찾아 남에게 나누라'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여행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기르던 새가 그 파랑새임을 알고 요정의 딸에게 주었을 때 오랫동안 아파왔던 병이 낫지 않는가. 마침 작가가 설정한 시간적 배경도 크리스마스임을 보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내가 찾은 행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나이가 되니 다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