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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ug 21. 2024

'파랑새'를 찾아서,

제주아트센터, 제주문학관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정서는 문화체험을 통해서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제주에 머무르면서 이런 문화 공연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제주문화사랑회원에 가입을 했더니 30%의 혜택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마침 제주 문학관에서 제주 젊은 작가들의 북토크가 있어 다녀왔다. 실은 제주 문학관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1층의 전시관과 3층의 북살롱이 있어 여행 중 한 나절을 쉬면서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제주가 좋아 여행을 왔다 이곳에서 제주남자와 결혼을 하고 책을  강지혜작가님,

제주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책을  고상훈작가님,

그리고 제주 소방관으로 일하시면서 시를 쓰는 문경수작가님.


내게 특히 와닿았던 작품은 요즘 동화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고상훈 작가의 '버스가 좌회전했어요'라는 단편동화집이었다.


다음 학원에 내리려면 우회전해야 하는 버스가 좌회전을 하면서 생기는 일을 담은 동화였다.

인생에서도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지 않은가. 버스가 좌회전을 하는 바람에 예쁜 누나를 따라 벚꽃구경을 가버린 초등고학년의 이야기였다. 덕분에 학원도 빼먹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초등교사의 경험이 잘 돋보이는 글이었고 무엇보다 다음 페이지기대하며 읽게 되는 재밌는 동화였다.


자신의 일상을 보듬으며 글을 쓰고 젊은 작가들을 보며 그들의 청춘과, 열정과 도전이 아름다웠다.

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 너무 아깝다"라고 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내가 만난 청년작가들은 그들의 젊음이 절대 아깝지 않은 청춘들이었다. 거침없이 도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 던지는 진정한 젊음을 누리고 있었다.


제주에서 틈날 때마다 체크하며 공연을 보러 갔던 곳, 바로 제주아트센터이다.

이번에 본 공연은 양손프로젝트의 '파랑새'였다. '비움으로써 채운다' <양손프로젝트>의 모토처럼

두 명의 배우만이 무대 위에서 서술하고, 묘사하고, 표현하고, 배경이 되어 파랑새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제주아트센터의 연극공연은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작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라는 동화 기존 연극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기획한 작품이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와 볼 수 없는 세계, 삶과 죽음, 두배우의 대사와 몸짓만을 따라 미지의 세계로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텅 빈 무대에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이렇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요정이 틸틸과 미틸에게 찾아온다.

요정의 부탁으로 틸틸과 미틸은 파랑새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 묘지, 행복의 정원들을 지나며 틸틸과 미틸은 수없이 많은 영혼과 존재들을 마주한다. 두 배우가 틸틸과 미틸이 되기도 하고, 개와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어릴 적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영혼이 되기도 한다. 틸틸과 미틸이 죽은 영혼들을 마주했을 때,  문득 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먼저 천국으로 보낸 사랑하는 영혼들이 떠 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것은 그만큼 몰입의 힘이 컸기 때문이리라. 기대하지 않고 갔던 연극이어서였을까,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하였고, 연극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 작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예술의 힘은 대단하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어릴 적에 읽었을 때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파랑새로 상징되는 행복은 네 주위에 늘 있단다.' 정도로 알았다. 하지만 이번 연극을 통하여 '너의 행복을 네가 발 딛고 서있는 일상에서 찾아라'에 더해서 '그 행복을 찾아 남에게 나누라'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여행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기르던 새가 그 파랑새임을 알고 요정의 딸에게 주었을 때 오랫동안 아파왔던 병이 낫지 않는가. 마침 작가가 설정한 시간적 배경도 크리스마스임을 보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내가 찾은 행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나이가 되니 다시 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누릴 수 있는 참으로 행복한 경험, 내가 찾은 파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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