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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Aug 28. 2024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사슴책방, 조천

조천읍, 사슴 책방 들어가는 입구에 배롱나무와 온갖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분홍색의 배롱꽃이 수줍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한낮의 불볕더위로 잠시 시험에 들었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책방 입구에서부터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주인장님의 섬세한 감성이 묻어 있습니다.

이곳의 주인장은 제주에 잠시 놀러 왔다 반해서 한라산 중산간에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하네요.

그러다 산책 중에 400년 된 팽나무를 만났다고 합니다.

오래된 나무도 놀라운데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나풀거리는 하얀 한지를 보고 무언가 뭉클함을 느꼈다고 해요.

시간이 좀 지나 그 한지는 제주 사람들의 소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팽나무는 소원나무였던 거였어요.

제주의 마을에는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며 가며 이 나무에 대고 그들의 소원을 빌었다고 합니다.

아프신 부모님의 건강을, 시험 보는 자식의 합격을, 그 해 농사의 풍년을, 노처녀 노총각으로 나이 든 자식의 혼사도요.

아마도 마을의 큰 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비밀을 제일 많이 알고 있을 듯합니다. 

작가님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소망을 품은 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답니다.

제주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들이니까요. 그래서  쓰신 그림책이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였어요.

그림의 색감이 너무 따뜻했고, 그림만 딱 보고도 '제주'임을 알 수가 있었답니다.

작가님이 그리신 제주의 엽서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사슴책방에는 이런 그림책, 팝업책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릴 때 읽은 그림책은 두고두고 가슴속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이층으로 올라가면 그림 같은 정원뷰를 보며 잠시 차와 커피도 한잔 할 수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고운 정원을 가꾸시고, 제주분들의 그런 소망을 그림책으로 만드신 작가님의 정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이 카페 여기저기서 그림책을 보는 풍경도 보기 좋았습니다.


제주의 소원 나무에 저도 조심스럽게 깨끗한 한지를 매어 두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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