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위하여' 라는 소제목을 달았음에도 사실 돈이 많아야지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늦은 나이까지 공부한다고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남편과 사랑 하나로 대책 없이 결혼하고 서로 웃고 위로하고 의지하던 때였다. 가난한 날의 행복이었다. 실제로 은행 잔고에 십만 원 정도 일때도 우리는 산책하며 웃고 있었고 갓 태어난 아이들을 바라보며 행복했었다. 경제적 부유함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두 번째 스물다섯에는 경제적 궁핍으로 적어도 하고 싶은 것을 미루고 싶지는 않다.
잘 나가는 요즘 TV프로인 유퀴즈를 보던 남편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가 장항준 감독이네. 와이프인 김은희 작가가 돈 쓸 시간이 없어 본인이 카드를 물 쓰듯 쓴다잖아. 아~~부러워.'
라며 눈치 없이 말하다가 집안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 걸 느꼈는지 말꼬리를 얼버무린다. 요즘은 아이들도 아.카(아빠카드), 엄.카(엄마카드) 얘기하며 플렉스를 한다고 하니 그게 누구이든 상관없이 믿을만한 누군가의 카드는 필요한 듯싶다. 남편의 정년이 앞으로 십 년 정도 남았으니, 이왕이면 내가 그 카드의 주인공이면 더 좋겠다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도 갱년기가 한참 진행 중인 남편이 행여 회사 그만둔다고 할까 봐 회사에서 쫓아낼 때까지 딴 마음먹지 말고 열심히 다녀야 해 하며 매일 격려(^^)하는 중이다.
매일 아침에 아내와 엄마로 일어나 출근과 등교를 시키고 나면 나는 내 이름을 달고 집으로 출근한다. 책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컴을 켜고 세상을 만난다. 간밤에 우리나라 현 정세들을 보고, 경제상황도 체크한다. 미국 주식 시장의 등락을 보며 웃기도 하고, 씁쓸해하기도 하며, 다음 스텝을 생각한다. 인류학을 공부한 내 경력은 단절되었지만 새로운 경력들이 쌓이고 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헐렁해진 나사처럼 내 인생이 쓸모없이 느껴지고, 우울증이 왔던 적이 있다. 그때 아들의 한마디,
'엄마, 예전부터 글 쓰고 싶어 하셨잖아요, 강아지똥을 쓴 권정생 할아버지도 늦은 나이에 글쓰기 시작했대요. 엄마도 할 수 있어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 먹먹한 말이었던가. 그렇게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운동을 시작했고, 경제 공부도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주름이 늘어가는 두 번째 나의 청춘이 아름답다.
내가 2035년까지의 장기투자 로드맵을 설정한 이유는 앞으로 10년인 2034년까지는 남편의 월급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는 남편의 퇴직금과 연금으로 살아야 한다. 남편으로부터의 진정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소유의 연금이 필요하다. 이미 내 명의의 증권 계좌 두 개가 있지만 미국인들의 개인연금인 401k와 같이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운영하고 싶었다.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는 요즘에 해마다 필요한 만큼 연금으로 인출해도 자금이 마르지 않아야 했다. 이를 위해 냉철한 투자의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매매를 최소화하자.
미국 주식은 한 해 동안 매도한 주식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의 차이가 플러스이면 250만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매매 수수료는 당연히 덤이다. 세금과 수수료는 복리의 마법이 적용된 스노우볼 효과의 방해물이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단타 매매를 하지 않는 이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를 보면 마음이 힘들어지므로 호가창을 보지 않으려 한다. 처음보다 시드가 커진 탓에 요즘은 1%만 주가가 변해도 몇 백만원이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점에서 잠잘 시간대에 장이 열리는 미국 장이 장기투자에 유리한 듯하다. 내가 편안히 잠자는 동안에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인 것이다.
첫 번째 계좌에 있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3개월마다 소액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배당금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모인 돈이 몇 십만원이었다. 이게 배당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세 번째 계좌를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배당 성장주에 투자를 하고 싶다. 물론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잃지 않는 한도 내에서.
주식 시장은 거의 10년마다 큰 조정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반등을 해 온 역사가 있다.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시장이 폭락하여 일반 대중이 This time is different 라는 말할 때가 주식을 살 때라는 피터 린치의 칵테일 파티 이론. 우량주의 시간에 대한 복리 효과를 주장한 코스톨라니. '10년 이상 팔지 않을 우량주를 싸게 사서 장기 투자한다'는 나만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50대의 경력 단절 아줌마의 우왕좌왕 투자 경험담이 같은 나이 또래의 아줌마들에게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50대 아줌마의 주식(主食)은 주식(株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