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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Feb 19. 2024

셋째가 생겼답니다~

반려동물, 고양이, 가족

'아, 이놈이 어디 갔을까?'


'아저씨, 왜 그러세요?'


'지난주부터 여기 살던 길냥이 녀석이 보이질 않아요, 은퇴하고 내가 기르던 놈인데.'


'아, 그래요? 어디 갔을까요?'


서울숲을 산책하고 한강 쪽으로 나서다가 안절부절못하는 아저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아저씨는 산책 중에 우연히 길냥이 다섯 마리를 발견하시곤 이곳 성덕정나들목에서 그 아이들을 돌봐 주고 계셨다고 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집에서는 못 기르고 대신 나들목에서 일정한 시간에 먹이를 주시며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나오셔서 냥이들을 돌봐주시기도 하셨다고 한다.


그중 한놈이 보이질 않아 찾고 계신 것이었다. 마침 나들목 입구에 커피점이 보여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 지내던 길냥이, 하얗고 까만 무늬가 얼룩덜룩 있고 조금 개구진 녀석요, 며칠째 안 보이는데 어디 갔을까요?'


'아 그놈, 며칠 전 비 오던 날 밤에 차에 치여 죽었어요. 음주운전자였나봐요.ㅠ'


아들과 가끔 한강 나가던 길에 츄르를 사서 먹이곤 했던 귀여운 놈인데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인간의 실수로 그렇게 한 생명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망연자실해서 한참을 서 있었다.

가끔 버려진 길냥이나 유기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서 한참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몇 해전에 기르던 우리 강아지 유벤이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이제 애완동물은 이별이 힘들어서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발렌타인데이 뭐 꼭 기념하는 것도 아닌 날인데 굳이 그날을 계기로 그렇게 우연히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왔다. 이름은 코코페리. 페르시안 친칠라. 20230109. 만 한 살은 지났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니 빈둥지증후군인지 텅 빈 집에 둘이서 지내는 것이 허전하던 터였다. 새로운 가족이 왔다. 강아지는 늘 키워왔었는데 고양이는 처음이라 유튜브며 인터넷을 통해 이것저것 공부해 본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James아저씨

(https://brunch.co.kr/@jamesuriv)네도 자주 가서 어떻게 키우나 보게 되었다.


일단 코코페리는 강아지와 달리 조용하다.

겁도 많다.

많이 먹지도 않는다.

산책은 꿈도 꿀 수 없겠다.

다행히 가족모두에게 우호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사회성도 좋아질 것 같다.


일단 이 녀석이 우리 집에 오고 긍정적인 변화가 많다.


남편이 웃는 일이 많아졌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각자 방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코코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코코가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애타게 코코페리의 이름을 부르고있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던 것은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었나 보다. 우리는 코코페리를 계기로 다 같이 모여 이강인 선수의 비매너 논란 얘기에서부터 다음 학기 이야기 등, 살아가는 일상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코는 겁이 많지만 조금씩 집안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가족구성원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남편에게 다 커버린 아이들이 애교를 피울 리가 없으니 코코페리는 예쁜 막내가 되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 쓰는 시간 외에 나와 하루를 함께 코코페리.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다.

아들에게는 괄괄한 여동생뿐이었는데 이젠 본인의 희망처럼 말랑하고 포근한 순둥이 여동생이 생겼다.

평생 막내로 지낼 줄 알았는데 조그마한 녀석이 까불고 있으니 딸은 예전의 동심으로 돌아간 듯 냥이처럼 활발해졌다.


가끔 이 녀석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함께 있을 때는 머릿속 자잘한 생각들이 나지 않고 단순해져 좋다.


우리는 함께 좋은 가족이 될 수 있겠지, 코코페리야.


너의 집사로서 최선을 다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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